일본 도레이의 한국 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가 국내 처음으로 경북 구미에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짓는다.

도레이첨단소재는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630억원을 투자,2013년 1월 양산을 목표로 구미 3공장에 연간 22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착공은 이르면 이달 말께 이뤄진다. 이 회사는 올 한 해 신사업인 탄소섬유를 포함해 기존 사업인 섬유 및 필름,정보 · 전자 소재 분야에 사상 최대인 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영관 사장은 "올해 탄소섬유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 첨단 소재 사업 비중을 계속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1조12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조2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첫 탄소섬유 생산기지

도레이첨단소재가 구미에 건설하는 탄소섬유 공장은 도레이가 일본 외에 아시아 국가에서 짓는 첫 탄소섬유 생산거점이다. 해외 21개 국가에 진출한 일본 도레이가 핵심 캐시카우(cash cow)인 탄소섬유 생산기지를 한국에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도레이는 현재 일본 미국 프랑스 독일 등 4개국에서 탄소섬유 공장을 돌리고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2013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1공장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8800억원을 투자,국내 생산 규모를 연간 2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중 · 장기적으로 국내 내수와 해외 수출 비중을 50 대 50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과 자동차 경량동체,액정표시장치(LCD)소재,로봇팔 등 탄소섬유를 적용할 수 있는 소재개발에 공동으로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아크릴 섬유를 태워 만드는 고탄성 · 고강력 소재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철의 10배,탄성률은 7배 높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주 ·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풍력발전 블레이드(날개),전기 · 전자 부품,건축 자재 등으로 적용 범위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도레이는 연간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에서 30%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 10년 뒤면 10조원

일본 도레이는 한국의 탄소섬유 시장 성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한국의 탄소섬유 시장은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수요 증가로 지난해 2400t 규모에서 2020년에는 1만4000t으로 커질 것"이라며 "2020년에는 10조원 이상의 신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효성 코오롱 등 국내 화섬기업들도 2005년 이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소규모 시험설비 가동 등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닛카쿠 사장은 "도레이가 탄소섬유 사업을 시작한 건 4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이익이 나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한국 기업들이 수십년간 축적된 도레이의 탄소섬유 기술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1999년 일본 도레이와 ㈜새한의 한 · 일 합작기업(지분 6 대 4)으로 설립됐다가 2008년 1월 새한이 갖고 있던 지분 전량을 도레이가 넘겨 받아 현재는 도레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