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미국 건축가들에게 이상적인 고객으로 손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미국 건축가들에게 제한을 거의 두지 않고 건축가들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건축 설계를 하게 하면서도 예산까지 넉넉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25년 간 시애틀에서 건축설계 사무소를 운영중인 스튜어트 실크의 일화를 전했다.실크가 최근 만난 중국 상하이의 부동산 개발업자는 상하이에 3채의 고급주택 설계를 주문했다.이 개발업자는 한 채에 750만달러에서 1500만달러의 빌라 건축을 계획 중이었다.

이 업자는 전체 면적,침실과 화장실 수 등 기본적인 기능과 규모 만을 요구하고 특정한 스타일을 주문하지 않았고 예산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것.실크는 “많은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며 “방향성 없이 어떤 것을 하는 데 대한 책임과 불안도 있었지만 매우 흥미롭고 자유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실크는 최근 중국 개발업자들로부터 특수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수많은 중소 건축설계 업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며 “높이 400m짜리 마천루는 물론이고 수백만 달러짜리 초호화 맨션에 이르기까지 미국 건축사들이 중국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스키드모어,오윙스 앤 머릴,HOK 등 소수의 대형 건축설계회사들은 해외 마케팅 활동을 전담해왔다.하지만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에 진출한 회사들은 창의성 있는 중소 건축설계회사들이 대부분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던 이들 중소 설계사들은 미국에서 줄어든 수입을 중국에서 메울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까다로운 미국 고객들에 비해 이른바 ‘대범한’ 중국 고객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고객의 취향과 개성을 어렵사리 해석해야 하는 미국 고객들과는 달리 백지위에 완전히 자신만의 설계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들은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