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군납 휘발유,2004년 경질유,2008년 액화석유가스(LPG).'

정유업계를 대상으로 2000년대 들어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조사 목록이다. 지난 13일 시작한 조사까지 굵직한 건만 따져도 벌써 네 번째다.

공정위는 이번엔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결정 때 담합 여부와 2009년 이후 LPG 가격 담합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에선 "물가가 오를 때마다 타깃이 되고 있다"며 "무혐의로 밝혀지더라도 폭리를 취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때마다 반복되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대표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매번 매섭게 칼날을 휘둘렀다. 2000년 군납 입찰 담합 조사 때는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1901억원을 과징금으로 물렸다. 2008년 LPG 담합 건에 대해선 정유 · LPG 가스업체 6개사에 6689억원을 부과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정유업계에 10여년 동안 부과한 전체 과징금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대부분은 법정에서 애초 혐의나 최초 발표 내용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으로 끝을 맺었다. 군납 입찰 담합 땐 행정소송을 낸 정유사들이 대폭 감액을 받았다. 처음 475억원을 부과당한 현대정유와 인천정유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285억원,에쓰오일은 238억원에서 178억원으로 감면됐다.

2007년 4월 공정위가 정유 4사를 대상으로 526억원을 부과한 담합 건에선 지난해 초 에쓰오일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정위가 지난해 4093억원으로 과징금 규모를 최종 확정한 LPG 담합 건도 증거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논란 끝에 자진신고제도(리니언시)로 전액을 감면받은 SK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이 이의소송을 냈다.

이 같은 결과는 국제값에 연동하는 가격 결정 구조상 단순히 가격이 비슷하다고 담합으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제품 특성상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점도 가격이 벌어지기 힘든 이유로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