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의 선택과 한국의 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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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유로 재정안정기금(EFSF)의 초기 발행물 가운데 20%를 매입하겠다고 밝히자, 엔화는 약세로 전환됐고 유로화는 힘을 얻었다. 정문일침(頂門一鍼)과 같은 묘책이었다.
일본에서는 누구도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음에도 불구,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엔고로 인해 과도하게 발행된 엔화가 있다.
장기판에 비유하자면, 일본은 상장과 차장을 한꺼번에 받아 멍군을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국제 시장에서 엄청난 물량으로 발행한 엔화가 달러화의 저금리 정책으로 구축당하면서 숏커버 물량이 적체되어 극심한 엔화 강세가 지속됐고 수출주도형의 국가 경제는 압박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노다 요시히코가 이 모든 상황을 종료시킬 묘안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이 지원을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사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그리 풍족한 수준이 아니다.
1조 달러 이상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대부분이 채권이지 현금은 거의 없다. 유로화로 보유하고 있는 물량은 아마도 20억 규모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국제 상업결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이다. 결국 유로재정안정기금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구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노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엔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로안정기금에서 엔화로 빌리고 엔화로 이자를 갚고 엔화로 원금을 갚는 엔화표시채권의 발행을 유도하게 될 경우를 예상할 수 있는데,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 일본은 적어도 두 마리 이상의 토끼를 잡는 셈이다.
먼저 엔화에 물꼬를 터 적체된 엔화를 해외로 유통시켜 지독한 엔고로부터 탈피한다. 아울러 국제 조달통화로서 엔화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것이다.
물론 유로재정안정기금이 일본의 꼼수를 받아들일지, 이후에도 계속 엔화 표시채권을 수용하게 될 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본다.
단, 누군가에 수혜가 되면 역으로 누군가에는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다시 말해 엔화의 지속적인 약세로 도요타는 주식이 치솟는 등 더욱 힘을 받게 되는 반면, 우리 자동차 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