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블루레이 홈시어터'가 가장 훌륭했습니다. 영화 '슈렉'을 봤는데 내용과 전개가 입체영상,사운드와 잘 어우러졌어요. "(김승준 · 41 · 서울 북가좌동)

"자동차 게임이 재미 있었고 신기한 기술들도 많이 봤어요. 특히 물고기가 움직이는 3D 장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용훈 · 14 · 부천)

"애니메이션 '구름빵'에서는 고양이들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이런 그림은 처음 봤어요. " (김나래 · 7 · 서울 상계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국제 3D페어' 이틀째인 14일 화려한 3D(입체) 영상물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족과 친지,동료들과 함께 온 관람객은 3D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영화 '국가대표'를 비롯한 흥행작의 3D 버전 등을 둘러보며 탄성을 질렀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투자 또는 제작한 3D 애니메이션들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강원영상정보문화진흥원이 선보인 3D 애니메이션 '구름빵'은 꼬마 고양이 형제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렸다. 50억원 이상 투입해 그림책 원작을 30분짜리 26편 시리즈로 제작한 '구름빵'은 KBS와 스카이라이프 등에서 방영 중이다. 유일 진흥원 본부장은 "국내 3D 영상제작 기술과 방송광고 시장을 고려할 때 어린이 대상 애니메이션의 시장성이 가장 크다"며 "3D 애니메이션이 전체 3D산업을 성장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영상미디어센터는 동화작가인 고(故) 권정생 선생의 '엄마까투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내놨다. '강아지똥'의 속편 격인 이 작품은 엄마 까투리와 꺼병이 아홉 형제 간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모성애를 전해준다. 서정명 팀장은 "스펙터클과 액션을 강조한 기존 3D 영화와 달리 '엄마까투리'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모성애로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5월부터 KBS와 EBS 공중파로 만나게 될 전망이다.

스튜디오 비는 17분짜리 3D 단편 애니메이션 '사비의 꽃'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백제 멸망기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를 그렸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백제인들을 통해 왜곡된 백제사를 바로잡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스튜디오 비의 이훈재 이사는 "세 작품은 모두 지방자치단체들이 투자한 작품"이라며 "지자체들은 고용창출과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3D 애니메이션을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앤지엔터테인먼트는 3D 방송 애니메이션 '마법천자문'을 제작 중이다. 국내에서 1200만부가 팔린 교육용 만화책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드는 것.손오공이 한자 마법을 터득해 동료들을 구하는 내용을 그린 것으로,파일럿으로 제작한 5부작은 스카이라이프 등에서 방영했고 26부작 본 프로그램은 오는 6월께 MBC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일단 3D 파일럿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일어설 줄 모른다"며 "2D보다 흡인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방송 드라마,극영화,공연 영상물 등 각종 3D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기획 · 제작 · 유통하는 업체들도 관심을 끌었다. 케이디씨정보통신의 자회사 리얼스코프는 '모래시계'의 김종학 감독이 연출하고 있는 방송 드라마 '신의'를 3D로 공동 제작 중이다. 자금 일부를 투자하고 자체 개발한 3D 카메라인 리그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슈퍼주니어의 공연을 3D로 촬영해 극장에서 상영했고 오는 3월에는 최순식 감독의 3D 공포영화 '기생령'도 제작한다.

홍정민 리얼스코프 팀장은 "중국이 연간 100편의 3D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비해 국내 3D 영상물 제작경험은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영화,드라마,공연까지 모든 3D 영상물을 기획 · 제작 · 유통하는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흥행영화 '국가대표'와 '적벽대전''반지의 제왕' 등도 발길을 붙들었다. 컨버팅업체 스튜디오라온이 영화 일부를 3D로 변환시킨 것.'적벽대전' 3D 버전은 수많은 함대들의 입체감이 실제처럼 선명했고 '국가대표'에서 하늘을 나는 스키점프 선수의 모습도 선명한 입체감을 자랑했다. 회사원 이정섭씨(32)는 "2D로 봤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며 "3D로 컨버팅해 재상영한다면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