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뒷북 인상'] 인플레 차단 타이밍 놓친 韓銀 … 경기 '찬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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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파급 5~6개월 걸려 … 물가 급한 불 끄긴 어려워
유럽 위기·中 긴축 맞물려 자칫 성장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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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고 난 뒤 "금통위는 지금까지 적절한 선택을 해 왔고 이번 인상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상이 말할 나위 없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은이 금리 인상 타이밍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뒤늦게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경기 진폭을 키우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의 늑장 대응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된 우려를 지난해 5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부터 넣었다. 이전까지는 '소비자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으나 작년 5월 '경기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이라고 바꿨다. 201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5.9%로 상향 조정했고,하반기와 2011년 물가 불안이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두 차례(7월과 11월) 인상하는 데 그쳤다. 이번까지 합쳐야 세 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격 및 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호주가 7차례,인도가 6차례 인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난해 경기회복 속도에 비해 기준금리 정상화는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연 3.0% 수준이 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 연구위원도 "지난해 말 적정 기준금리는 연 3% 수준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추가 인상 어디까지
김 총재는 "물가안정 기조가 확고히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앞으로 물가에 정책의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 고공비행을 계속하게 된다면 한은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한 간부는 "경기와 물가를 고려했을 때 종전 최저금리 수준이었던 연 3.25%까지 올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 한 해 기준금리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채권운용부 차장은 "기준금리가 이번엔 동결되고 올 연말까지 연 3.25~3.5% 수준까지 인상될 것이란 게 이번 금통위가 열리기 전 시장 컨센서스였다"며 "금통위가 1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선 만큼 연 3.5~3.75% 수준으로 시장 컨센서스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문제는 없나
한은이 물가를 걱정해 금리 인상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이 '경기 둔화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6% 이상 성장했으나 올해는 4%대 안팎으로 둔화될 것이란 게 일반적 전망이다. 일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가 여전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의 긴축 등이 예고돼 있어 한은의 금리 인상이 성장률 둔화 폭을 키울 수도 있다. 물가 안정 측면에서도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이 실물에 영향을 주는 데 통상 5~6개월 걸리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문제로 꼽힌다. 소기업을 포함한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지난해 9월 말 896조9000억원이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9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한은은 집계하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고 은행이 대출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높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들은 연간 9조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자부담이 커지면 금융권의 부실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감소→기업 투자감소→성장 둔화 등의 악순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