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안정기금(EFSF) 투자를 검토 중이다. 유럽 국채 매입 확대에 이은 것으로 유럽을 친중국 노선으로 이끌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부총리의 스페인 독일 영국 등 유럽 3개국 순방을 수행한 이강(易綱) 인민은행 부총재(사진)는 12일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EFSF 채권에 투자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4400억유로 규모의 EFSF를 최대 7000억유로로 확충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리 부총리는 이번 순방 과정에서 스페인 국채 60억유로어치를 추가 매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부총재는 중국의 유로존 지원이 즉흥적인 것이 아닌 유로화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장기적 과정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달러일변도의) 보유 외환 운용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자체 필요성도 유로존 투자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재는 "중국은 다변화된 국제 통화시스템을 지지한다"며 "유로가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축"이라고 말해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도전을 위한 동맹군으로 유럽을 끌어안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2조8473억달러를 기록한 보유 외환 가운데 25%가량을 유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유로 채권 매입은 유로존과의 유대 강화를 위한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유럽으로부터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받고 대(對)중국 무기 금수를 해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