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모든 경제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다. 특히 주가를 예측할 때 더욱 그렇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예측에 실패한 사례들은 많다. 그 중에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더블 딥 혹은 공황론'과 마크 파버의 '중국 경제 붕괴론'은 월가에서는 '증시 공해'로 불릴 만큼 대실수에 해당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비관론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일생일대에 다시 찾아올까 말까 한 기회를 잃게 만든 이들이 있다.

지난 2년간 주가상승률이 100%가 넘는 확실한 추세를 읽지 못한 것은 예측 시 흔히 범하는 7가지 함정 때문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월가에서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이라 꼬집는 사람도 있다. 커다란 투자기회를 잃게 한 것을 비꼬는 표현이긴 하지만 예측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가장 흔히 범하는 것이 '트렌드 분석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현 시점에서 주도 트렌드를 찾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이 미래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의 영향력과 방향성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간과하는 오류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메가트렌드에만 예측의 초점을 맞출 경우 이 큰 흐름에 부합되지 않거나 불확실해 무시했던 변수들이 현실화돼 1~2년도 못 가 틀리는 경우가 많다.

둘째,'심리적 편향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예측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독특한 심리적 편향을 유발시켜 예측모델을 잘못 설정하거나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또 심리적 편향은 미래예측 과정상 모델 구성뿐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예측을 잘못 해석하고 활용하게 만든다.

셋째,'고정관념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과 기존 예측이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미래예측에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오류다. 과거 부동산으로 손해 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넷째,'자기과신의 함정'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해 잘못된 미래예측에 빠지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와 경영자들에게 두드러진 현상이다. 자기과신에 빠진 예측자들이 자신의 정보량을 과대평가해 새로운 정보를 소홀히 하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다.

다섯째,'기억력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했던 재해나 극적인 사건을 염두에 두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예측이 비관적으로 편향되게 흐르는 현상이다. 2003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폭발을 본 사람들은 우주개발사업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가 2008년 이후 중국 등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 위성발사 계획을 발표하자 '본격 우주개발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예측한 사례다.

여섯째,'신중함의 함정'이다. 예측자들은 틀릴 것을 우려해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결과 자신의 실제 예상보다 보수적이거나 수요자의 생각에 부응하는 예측을 내놓는 경향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은 강세장에서 약세를 외치기가 힘든데 이는 예측이 빗나갈 경우 비난에 시달리고 심각한 후회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상 대세를 따라간 경우엔 대세 자체가 틀리더라도 비난이 덜하고 후회할 여지가 줄어든다.

따라서 예측자는 미래에 발생할 후회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신념보다는 대세나 중도를 따르게 된다. 증권사를 포함해 20개가 넘는 국내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경제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에 수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곱째,'증거 확인의 함정'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자료수집과 해석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만 채택하는 성향으로,이럴 때 미래예측은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미래 방향성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답을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호 편향이 작용해 자신이 설정한 가설이 틀렸어도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끌리게 된다.

올해 증시를 보는 눈은 낙관론이 유난히 많다. 2년 전 비관론자들이 7대 함정에 빠져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요즘 낙관론자들이 이런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증시 여건상 주가의 앞날이 좋아 보이지만 낙관론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보다는 예기치 못한 투자위험에도 대비하는 균형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는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