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흘 연속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값이 ‘대세하락 국면을 맞은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조정이 이뤄진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6일(미국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2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2.0달러(0.15%) 떨어진 온스당 1371.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금값은 지난 3일 온스당 1422.9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사흘간 내림세를 기록했다.

◆ “금값은 미국 경기 회복세로 ‘대세하락’”

금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5일 미국 시카고 소재 린드월독의 아담 클로펜스타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안전자산을 찾아 금을 사들이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더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퓨처패스 트레이딩 LLC의 프랭크 레시 트레이더는 "금 수요를 이끌던 경제 비관론이 사라졌으니 사상최고치까지 오른 금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대세하락 주장을 뒷받침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이번주 미국의 제조업지수, 서비스업지수, 실업자수 등 경기를 반영하는 경제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해 11월 미 산업생산량은 예상치보다 증가했고 12월 제조업지수는 7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 12월 서비스업 지수는 4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자 수는 2008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프로스펙터애셋매니지먼트의 레오나드 캐플란 대표는 이에 대해 "금은 현재의 가격대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며 "이처럼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금리가 오르면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서비시즈의 스티븐 플래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폭등한 금값이 반전할 시기를 맞았다”며 “온스당 1350달러까지 떨어지는 대폭적인 하락국면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값, 경기 살아나면 인플레이션 우려로 다시 상승”

현재의 금값 하락세는 일시적인 조정에 불과하고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오히려 금값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카고 소재 통합 중개 서비스(Integrated Brokerage Services)의 프랭크 매기 헤드딜러는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금값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되면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심한 인플레이션에 이르지 않은 상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금 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매수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CPM그룹의 카를로스 산체스 디렉터는 “경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들로 금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며 “금값은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금값이 일시적인 조정국면을 맞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태원 삼성선물 팀장은 "대세하락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임병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금 투자수요의 경우 '정체'돼 있는 것이지 '유출'된 것은 아니다"며 "금값 폭락은 과열된 시장에 단기적인 조정이 일어난 것으로 이런 현상이 한 두차례 더 일어나야 매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성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금값이 추가로 상승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고 경기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