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수기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가 올해 저가 제품 모델을 강화하고 할인 마케팅에 나서는 등 가격 경쟁을 본격화한다. 상반기 중 홈쇼핑 판매를 검토하는 등 판매 채널도 다변화하기로 했다. 비교적 고가 제품군 위주로 방문판매에만 전념했던 기존 마케팅 방식을 전면 손질하는 것이다.

6일 정수기업계에 따르면 웅진코웨이는 상반기 중 기존 중공사막 방식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들을 출시하고 업소용 저가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홈쇼핑과 총판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홈쇼핑 판매용 제품은 5~6월께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해 LG전자가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는 등 경쟁이 격화되자 1위인 웅진코웨이가 가격 경쟁을 통해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수익성을 훼손하며 상대방을 고사시키는,이른바 '치킨게임'전략에 나서는 셈이다. 기업 규모면에서는 크게 열세지만 '정수기 시장에서는 내가 절대강자'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우선 중공사막 방식의 제품군을 보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정수기는 크게 필터의 미세기공을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는 방식의 역삼투압 방식과 미립자,박테리아 등을 제거하고 미네랄은 남겨두는 중공사막 방식으로 크게 나뉜다.

일반적으로 역삼투압방식은 프리미엄 제품으로,중공사막방식은 중저가형 제품으로 통한다. 업계 1,2위인 웅진코웨이와 청호나이스는 정수기 부문 매출의 85% 이상이 역삼투압방식 정수기에서 발생한다.

반면 후발업체들은 중공사막방식 제품을 생산해 홈쇼핑 등을 통해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기존 중공사막 방식 정수기의 성능 개선형 제품을 통해 중저가제품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웅진코웨이가 중저가 제품에 신규 투자를 늘리는 것은 LG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코웨이는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전략을 버리고 전방위로 상대를 압박하겠다는 포석이다. 올해부터 새로운 할인 마케팅도 도입하기로 했다. 웅진코웨이 제품의 기존 사용자들이 비데나 공기청정기 등 다른 제품을 이용할 경우 렌털비나 등록비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저가 제품 출시나 할인 마케팅이 수익성을 둔화시킬 수 있지만 지금은 시장 점유율과 PPC(고객당 제품 수)를 확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인력도 보강하기로 했다. 판매인력을 지난해 2900명에서 올해 4000명으로 늘리고,유지 · 관리를 맡는 코디는 900명 늘어난 1만4200여명으로 확대한다. 이 역시 LG전자 등 후발업체들이 연내 방문판매 진출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응차원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