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총수들은 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회에서 공격적인 투자 계획과 해외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는 작년(10조5000억원)보다 15% 늘어난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와 함께 현대제철 고로 3호기 등으로 투자를 확대해 고용도 많이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생산계획과 관련,"중국 등 신흥시장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며 "물류비용 및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해외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자동차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당분간 자동차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협의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투자 확대에 대해 언급했다. 최 회장은 "작년(8조원)보다 투자 규모를 많이 늘려 미래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그룹 전체 투자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두 자릿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부회장단 신설과 관련,"이제 혼자서 경영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아 경영에 활용하자는 차원"이라고 부회장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중국 이외에 중동,중남미 시장을 신경쓸 것"이라며 "주력인 에너지 사업과 연계해 플랜트,건설,도시 정비사업 등으로 해외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간 사업통합에 나선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그는 "LNG 사업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 사업"이라며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여 수익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원료값 상승과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는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포스코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올해 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할 뜻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올해 미국 밥캣 리스크는 완전하게 정리될 것"이라며 "기존 사업을 가다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이 집중해 온 중국 시장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제2의 중국을 찾고 있다"며 "브라질 등 브릭스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장들도 동반 성장과 투자 확대를 통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전망이지만 투자 확대와 내수 시장에 좀 더 힘쓰고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예상을 넘는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노사,여야 모두 지혜와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기업인이 존경받을 때 진정한 경제대국이 될 수 있다"며 "거기서 출발해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제 5단체장,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과 박희태 국회의장,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정 · 관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이정호/장창민/조재희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