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종 시가총액 1위를 놓고 각축을 벌인 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이 올해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진검승부'를 펼친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 · 삼성증권은 홍콩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작년 말까지 홍콩법인의 자본금 확충 및 인력 재정비 작업을 마쳤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6000만달러의 유상증자를 통해 홍콩법인의 자본금 규모를 1억달러로 늘렸다.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 추가로 수익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홍콩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2009년 8월 홍콩법인에 대해 1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자본금을 1억1600만달러로 키웠다. 지난해엔 홍콩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을 브로커리지 1위로 올려 놓은 황성준 부사장을 비롯 노무라,맥쿼리 등에서 현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특히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작년에만 홍콩을 11차례 방문했을 정도로 홍콩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두 증권사 모두 홍콩법인 투자 확대에 대해 "홍콩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해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홍콩사업은 소수 법인영업 인력을 파견해 현지 기관들로부터 한국물(한국 주식 · 채권) 주문을 받는 데 머물렀다. 두 증권사는 이런 수준에서 탈피,사업을 다각화하고 나아가 홍콩법인을 아시아 시장의 총괄본부(헤드쿼터)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우증권은 '스텝 바이 스텝' 전략이다. 강성범 대우증권 전략기획부장은 "아직 국내 증권사는 글로벌 증권사와 정면승부해서 승산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정면승부' 전략이다. 황 부사장은 "홍콩법인 인력을 100명 수준으로 늘린 것은 글로벌 증권사와의 직접 경쟁을 통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물 세일즈뿐 아니라 해외 주식 · 채권 브로커리지,해외 기업의 홍콩증시 상장,해외 파생상품 판매 등 전방위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그룹의 광범위한 중국 비즈니스 등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