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돌아왔다.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까지 갈아치우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지난달 30일 이후 5일 오전 현재까지 나흘 연속 사자에 나서고 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4일까지 4거래일 순매수를 기록했다.

작년 연말 코스닥시장에서 27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기관이 달라진 이유로는 연초 이후 연기금의 매수세 강화와 투신권 매도 규모 완화 등이 꼽히고 있다. 투신권은 아직 매수 여력이 많지 않지만 지수의 사상 최고치 돌파로 펀드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환매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최고치 수준에서도 주식을 매수하며 1월효과를 만끽하고 있는 기관, 뭘 사고 있을까?

기관은 최근 전기전자, 보험, 건설, 종합상사주 등을 사들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건설, 철강금속, 화학, 운수창고 등에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다.

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투신권과 연기금이 매수한 업종을 보면 공통적으로 전기전자 업종에 모이고 있다. 특히 투신권은 작년 12월 전기전자 업종에서 매도세를 높이다가 최근 강하게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은 지난달 27일 이후 4일 현재까지 엿새 연속 전기전자 업종을 순매수했다. 기관이 IT업종을 집중 순매수하면서 코스닥 IT부품 업종 등도 관심을 받고 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사실 기관 매수가 가장 반가운 것은 중소형주"라며 "중소형 주 내에서 기관 매수 형태를 보면 주로 IT하드웨어, 반도체 중심으로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중소형주에 대한 접근은 기관 매수가 모이는 코스닥 내 대형주, 그 중에서도 IT반도체 업종 중심으로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건설업종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9일 이후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건설업종을 순매수했다. 최근에는 닷새 연속 건설업종을 매수하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가격의 상승을 이끄는 재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1차적으로 건설업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험업종 역시 기관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기관은 지난 23일 이후 8거래일째 보험업종을 순매수했다.

보험업종은 자동차보험 개선대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12월 보험주는 자동차대책발표와 금리상승기대감, 유리한 수급 등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동차손해율이 1월부터 상승세가 약화돼 2월부터 회복이 예상되고 있고 △금리 역시 올해 중 지속적인 상승기조가 기대되고 있는데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성장 위주 경영 기조로 일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업종이 상반기 중 지속적인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종합상사주에도 기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간 매우 부진한 주가수익률을 보였던 종합상사 주식들이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순매수에 의해 주가가 일정부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주가 상승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업황 모멘텀이 양호하다는 점과 떠났던 투자자들이 귀환하고 있다"며 "또 종합상사주들은 시가초액이 5000억원~3조7000억원의 중소형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수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동참하지 못한 투자자라면 기관 매매 동향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돌아온 기관이 2010년 외국인만큼 올해 주식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