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경영진들이 사재를 털어가며 '회사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0년 결산에 앞서 막판 재무구조 뒤집기를 시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경영진들은 개인돈 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선뜻 내놓았고, 내부 경영진이 아닌 사외이사까지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이들은 주로 보유 중인 주식과 토지를 증여하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규수 삼우이엠씨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31일 보유 중이던 계열사(휴먼텍코리아) 주식 360만여주 전량과 개인 부동산을 삼우이엠씨에 증여했다. 정 대표가 증여한 자산의 평가금액은 66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정 대표 증여는 재무제표상 억울한 결손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국세청 기준으로 당시 진행 중이던 매출을 매출액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삼우이엠씨는 이러한 국세청의 지적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현재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반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결산보고서를 제때 제출하기 위해 회계 오류로 지적된 사항을 3, 4분기에 결손처리로 반영하다보니 재무제표가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정 대표의 증여금액이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영업손실 등 회계상 결손을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의 증여는 삼우이엠씨 및 계열사들의 기업 이미지를 지켜내기 위한 전사적인 결과물로 시장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정 대표가 이번에 내놓은 보유지분도 삼우이엠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휴먼텍코리아의 주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상 결손으로 인해 100%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 및 계열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내부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상장사도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노시스템은 지난해 12월28일 김대성 인사이트인터내셔널 대표 겸 지노시스템 사외이사로부터 10억원 규모의 인사이트인터내셔널 주식 3만5254주(지분 59.8%)를 증여받았다. 이에 따라 USB 솔루션 업체인 인사이트인터내셔널은 지노시스템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지노시스템 측은 "이번에 수증받은 10억원 규모의 주식이 영업외수익으로 잡혀 계속사업손실 부문이 개선될 것"이라며 "앞으로 인사이트인터내셔널과 함께 미디어 사업 분야의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나이스메탈이 재무제표 개선을 통한 관리종목 탈피를 위해 지난해 12월30일 김성재 나이스메탈 대표이사로부터 36억원 규모의 토지를 증여받았다. 나이스메탈은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다.

이룸지엔지는 비상근 이사로부터 6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 100만주를, 뉴젠아이씨티는 최대주주로부터 70억원 상당의 마이트레이드마스터 주식 8000주를 받았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