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국의 위세가 등등하다. 중국이 금리를 올릴지 말지,희토류 수출을 제한할지 안할지,움직임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는 세계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중국의 영향력이 이처럼 커졌지만 중국 내부에선 여전히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중국식 경제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 경제학계의 소장파 대표로 꼽히는 장밍(張明)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부소장도 그런 학자 중 하나다. "중국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무릅쓴 새로운 개혁을 해야 하며 세계는 이를 위해 중국에 시간을 줘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미국은 성공 가능성이 별로 없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 과잉이라는 재앙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 중국과 이머징마켓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핫머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중국경제의 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봅니까.

"9~9.5% 정도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소비가 여전히 뒤를 받쳐줄 것이고 부동산 투자는 줄겠지만 고정자산 투자가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경기를 이끌 것으로 봅니다. 수출은 선진국시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내수부양정책이 올해부터 실시되지 않는데 소비가 더 늘어날 것이란 근거는 뭔가요.

"정부가 가처분소득을 늘리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거구요. 물론 여러 가지 내수부양책이 올해부터는 적용되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정부는 내수중심의 경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주식 시장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은 의외입니다.

"금리를 이미 인상했고 앞으로도 몇 차례 더 하겠지만 물가상승률과 예금금리의 차이가 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장롱 속에서 돈이 나와 자본시장으로 옮겨와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말이지요. 물론 금리인상이 집중될 상반기에는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

▼외국에서 들어온다는 자금은 핫머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않은 자금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이익을 노리는 핫머니가 올해보다 몇 배 더 들어올 것으로 봅니다. 핫머니가 월 1000억달러 이상씩 유입될 수 있다는 가정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2007년처럼 자본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의 규모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돈을 초과할지도 모릅니다. 위안화 가치의 상승과 금리인상,미국의 양적완화 등 핫머니가 몰려올 요소는 골고루 갖추고 있지요. 올해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키워드는 핫머니가 될 것입니다. "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핫머니 유입을 우려하며 돈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뭔가 구체적인 규제방안이 만들어지고 있나요.

"선진국에 비해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이머징마켓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만 통제불가능한 속도로 돈이 불어난다면 통화정책이 먹히질 않고 자산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는 등 문제가 많아집니다. 버블이 만들어지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도 있구요. 당국에서도 암거래 시장이나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뭔가 새로운 대책을 만들고 있을 겁니다. "

▼올해 위안화 환율은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 5% 정도 절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5%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2007년이나 2008년에 5% 정도씩 절상됐고 이를 중국 경제는 소화해냈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 수준이면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보다 더 낮으면 미국 등의 압력이 거세질 것이고 더 높으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겁니다. "

▼미국은 위안화가치를 당장 크게 올리라고 하는데,위안화는 미국이 말하는 것만큼 저평가돼 있다고 보십니까.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저평가 돼있고 절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5% 정도씩 2~3년 절상하면 본래 가치를 찾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미국의 양적완화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효과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병이 났으면 우선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냥 영양제만 주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걱정은 2차 양적완화로 성과를 못 거두면 3차 양적완화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국제적으로 이 문제를 규제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플레는 통제가 가능할까요.

"작년 11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가 넘어섰지만 12월엔 조금 수그러들겁니다. 식품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물가지수를 결정하는 요인 중 그 비중이 3분의 1이나 되는 식품가격은 오는 3~4월에 고점을 찍을 겁니다. 이후엔 올해 수확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요. 그럼 물가상승률은 하향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물가는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올해 성장동력은 주로 어디에서 얻을까요.

"주로 투자에서 얻게 될 겁니다. 12차5개년 계획이 올해부터 시작되니까 이와 관련된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서부지역 개발도 한층 강화될 것이고 인프라 건설에도 많은 돈이 들어가겠지요. 한 가지 걱정은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

▼올해 시작되는 12차5개년 계획의 키워드는 뭡니까.

"구조조정이라고 봅니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쉬운 분야에서의 개혁을 완수했습니다. 시장경제를 들여오고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본적인 분야이지요. 이제부터는 복잡하고 어려운 개혁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기득권층의 저항을 수반합니다. 단기적인 안정에 연연할 게 아니라 중 ·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당장 시끄러운 것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예컨대 어떤 것을 말씀하십니까.

"무조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국유기업들이 이익을 회사 내에 보유하는 시스템도 바꿔 배당으로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불도저로 밀고 평평하게 땅을 골라 개척하는 단계였다면 이젠 길도 만들고 건물도 짓고 해야 할 시기입니다. "

▼금융시장 개방에 미온적인데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이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향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세계 경제의 밀착도가 높아지면서 사실 한 쪽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건전한 협력의 길을 찾아야죠.금융시장이 완전개방되지 못하고 있는 건 시스템이 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시장을 개방하라고 하는 건 무리가 있어요. 중국의 금융시장이 대외개방에도 견딜 만큼 성숙할 여유를 줘야죠."

▼한국과 중국의 경제 협력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가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요. 개인적인 생각은 한국의 글로벌화 경험과 경영노하우를 중국에 이전하되 중국 내수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협력 메커니즘이 자본과 시장의 분리를 전제로 했다면 이젠 일체화로 나가야합니다. "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