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 신한생명 사장이 신임 신한은행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신한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조직 안정을 위해 적임자를 선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초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조직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자 신한금융은 중립적이면서도 리더십이 있는 서 행장을 선택했다.

◆쇄신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

신한은행장 후보로는 당초 위 부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지난 9월 이후 벌어진 신한사태에서 이사회 개최와 재일교포 주주 관리 등 중요한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갈등으로 분열됐던 직원들이 행장 선임을 놓고 다시 패가 갈리는 양상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한은행 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특정인이 행장으로 선임돼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자 신한금융은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다. 서 행장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갑자기 연락을 받아서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선임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이번 인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나름대로 은행의 조직 안정을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며 "최악의 인사는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다른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 행장은 라 전 회장 측근으로 볼 수 있지만 신한사태에 깊숙이 개입되지 않아 다른 후보들보다 내부 문제에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능력 · 실적서 최고 평가"

류시열 신한금융 회장은 서 행장 선임에 대해 "기존 신한의 전통대로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라며 "여러 면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 행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은행 내부와 외부에서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잘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신한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직 통합이 최우선 과제

2012년 3월까지 1년3개월간 신한은행을 이끌게 된 서 행장에게는 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의 신 전 사장 고소 이후 분열됐던 조직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직원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탕평 인사가 급선무라는 게 신한 안팎의 지적이다. 서 행장도 "조직 화합이 제일 걱정되는 것"이라고 말해 조직 통합에 역점을 둘 뜻을 내비쳤다.

서 행장은 내년 은행권 판도 변화에 따라 치열해질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당장 영업망 정비를 통한 재도약에 힘써야 하고 내년 3월 취임할 새 회장을 보필해 최고 금융그룹의 명성을 되살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고객이 중심이 되는 강한 현장을 만들어 가겠다"며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 영업 조직 제도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중심,현장 지향 원칙을 실천하자"고 밝혔다.

신한금융이 이번 내분사태 때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만큼 정부,감독당국과의 관계 정립도 과제다. 서 행장은 이인호 전 행장 이후 7년 만에 일본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혀 없는 행장이다. 이를 두고 재일교포 위주로 운영되던 경영전략이 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