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생각보다 막강합니다. "

파키스탄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한국컨소시엄(남부발전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30일 아쉬운 듯 수주 실패 소식을 전했다. 세계 10대 풍력업체 가운데 3개를 갖고있는 중국과의 경쟁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발주한 풍력발전 프로젝트는 모두 11개.골드윈드 등 중국 업체들이 독일,덴마크 기업들과 경쟁에서 최소 2개를 따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 · 중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까지 진출,글로벌 선두를 노리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태양전지 생산량은 세계 1위이고,풍력발전 투자액은 346억달러(지난해)로 미국의 두 배에 이를 정도다.


◆중국 신재생에너지 질서 만든다

풍력발전 컨설팅업체인 BTM에 따르면 2006년만 해도 글로벌 풍력 시장은 베스타스(덴마크),GE(미국),지멘스(독일)의 '3강 체제'였다. 베스타스 27.9%를 비롯 3사의 점유율은 57.7%였다. 중국 업체로는 2.9%의 점유율을 기록한 골드윈드가 유일했다.

3년 만인 지난해 상황은 급변했다. 기존 3강의 점유율이 30.8%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골드윈드,시노벨,둥팡 3사를 합쳐 점유율을 22.9%로 끌어올렸다.

중국의 시노벨은 점유율 9.2%로 베스타스(12.5%),GE(12.4%)에 이어 기업별로도 3위 풍력업체에 등극했다. 한국 업체는 명함도 못 내민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이 지난 1~2년 새 풍력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테스트' 단계다.

반도체와 제조과정이 비슷한 태양광 분야에서조차 중국이 한국을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태양전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93% 증가한 3850㎿로 세계 1위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국가별 태양전지 생산능력에서 중국이 올해 4150㎿로 대만(2500㎿),일본(2190㎿),한국(1300㎿)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으로 추정했다.


◆막대한 내수와 전폭적인 정부 지원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배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수 KOTRA 그린사업팀장은 "중국은 자기 땅에 짓는 것만으로도 풍력,태양광 분야에서 엄청난 실적을 쌓을 수 있고,이것이 해외 수주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스타스가 유럽 재정위기로 일감이 줄어들자 3000명을 감원하고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뒤바뀐 경쟁질서를 보여준다.

정부 지원은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또 다른 배경이다. 중국 정부의 차별화된 지원책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태양광업체까지 끌어올 정도다. 미국의 에버그린 솔라는 3년간 정부 융자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30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내년 여름께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기석 KOTRA 실리콘밸리센터 차장은 "미국 정부가 900억달러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각종 절차와 현실적 제한이 많아 지원을 따내기 어렵다"며 "중국은 해외 업체까지 5년간 이자 유예 등의 금융 지원과 주 7일 24시간 3교대 작업을 위한 공장 건설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