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 증시가 짝수해마다 부진했던 '짝수해 징크스'를 물리치고 20%가량 상승, 강세장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상반기에는 중국의 유동성 긴축,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박스권 등락을 보였으나 하반기에는 미국의 경기부양과 달러약세로 유입된 해외 유동성에 힘입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증시를 이끈 것은 단연 외국인과 대형주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한 해동안 20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2조원, 5조원의 매도 우위였다.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1년간 20% 이상 올라 지수상승을 주도했다. 중형주지수와 소형주지수의 상승률은 각각 약 10%와 1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결국 2010년 경인년(庚寅年)의 승자는 외국인이 밀어올린 대형주였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11년 신묘년(辛卯年)에도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중소형주, 패자부활전 기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11년에도 대형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 효과와 신흥국의 통화가치 절상 가능성, 상대적인 고금리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외국인은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과 함께 대형주를 선호하는 연기금의 매수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개인들의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는 자문형 랩의 활성화 등도 대형주의 강세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중소형주의 강세를 점치는 의견도 상당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에는 2010년 장세에서 소외됐던 종목들이 부각되는 패자부활전이 활발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은 2011년에 코스피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에서는 대형주들이 초과 수익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내년에는 가계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이 가시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경우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흘러 넘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대형주보다 낮아졌다는 점도 중소형주가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밖에 정부의 상생정책과 201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은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2011년 MSCI Korea 평균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은 12.9%로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의 53.5%와 지난해의 59.7%와 비교하면 현저히 이익개선 모멘텀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형주의 성장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중소형주의 저성장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대형주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차이가 줄어드는 만큼 주가순자산비율(PBR) 또한 간격이 좁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매수, 기관-매도 구도 변화할 것"

외국인 중심의 수급구도에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9년 이후 고착화된 외국인의 순매수와 펀드환매의 구도가 내년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며 "2년간에 걸친 환매를 통해 이미 상당부분의 매물이 소화됐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함에 따라 보수적 자금의 예금권 이탈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또 금리인상으로 인해 자금의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창호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도 저금리 환경에 주목했다. 최 팀장은 "궁극적으로 저금리 환경은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측면에서 증시에 유리하다"며 "더구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자산배분에 있어 주식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민연금이나 보험권 등 장기투자자금은 투자자산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민연금의 내년 위탁운용자산 규모를 100조4000억원(비중 29.9%)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개인의 금융자산 증가는 자산관리 시장의 성장과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일임형 투자자금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시장은 2011년 수급의 한 축을 형성하고, 내년 말에는 잔고가 4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