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에 다니는 디자이너 김나영씨(미혼 · 29)는 최근 연말 성과급으로 월급의 120%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수입으로 지갑이 두둑해지자 평소 갖고 싶었던 200만원 상당의 이브생로랑 명품백을 샀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48만원(2인)짜리 파라다이스 호텔 패키지 여행도 다녀왔다. 김씨는 "올해 패션업계 호황으로 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여태까지 받은 성과급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달아오른 연말경기] 名品 매출 30% 급증…레스토랑 "두시간 기다려야"
◆씀씀이 커진 중상층 소비 주도

유통업계의 연말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 연말 시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안팎 증가했다. 연말 증시가 호조를 보인 데다 기업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예고되면서 소비심리가 호전된 중상층의 씀씀이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백화점에선 명품잡화 등 고가 상품군들이 연말 시즌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의 이달 17~27일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2% 증가했고,현대와 신세계에서도 명품 매출 증가율이 30%를 웃돌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주말 본점 명품매장에선 가족이나 연인의 선물을 구매하려는 젊은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며 "명품 부티크의 20대 매출비중이 전년 18%에서 올해는 23%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만 팔리는 프랑스 잡화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이달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매년 선물용으로 10만~20만원대 지갑과 명함지갑 등이 잘 팔리는데 올해는 50만원이 넘는 가방 등을 선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완구 등 아이들을 위한 선물 구매에서도 씀씀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완구전문점 토이저러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가 19~25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매출 상위 100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고가인 5만~10만원대 상품수가 지난해 22개에서 35개로 늘어났다. 개당 평균 구매금액도 지난해 4만4461원에서 올해 5만3745원으로 20.9% 증가했다. 권정민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MD)는 "가격대가 비싼 전자완구와 일반 완구 중 세트류 상품을 찾은 고객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가전시장에서도 고가품 판매가 두드러졌다. 문병철 하이마트 상품팀 바이어는 "이달 들어 LCD TV보다 가격이 30~40% 높은 LED TV의 매출이 작년 12월에 비해 약 50% 늘어났다"며 "46~47인치 대형 TV 수요 중 절반 이상이 3차원(3D) TV로 고가제품 선호현상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 호텔 북적

호텔 레스토랑과 외식업소,유흥업소 등도 연일 북적거리는 손님들로 연말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 주말 서울 대방역점엔 대기 고객이 70~75팀,인천예술회관점은 100~140팀이 몰려 2시간 넘게 기다려 식사를 한 손님도 있었다"고 전했다.

더플라자호텔은 이달 객실 매출이 작년 12월보다 25% 증가했다. 지난달 리뉴얼해 재개장한 이후 객실 요금이 10~15% 오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10%가량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웨스틴조선호텔도 이달 레스토랑 매출이 전년 대비 10% 늘었다.

송태형/강유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