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0층 문화홀에서 지난 주말 서울 대학로 최장기 연극 공연 기록을 세운 희극 '라이어'가 한창 상연 중이었다. 최근 문을 연 문화홀(객석 370여석) 개관 기념공연이었다. 문화홀 옆 갤러리에서는 개관 기념으로 조선시대 화가 정선 · 김홍도 등의 수묵화 30여점을 전시하는 '한국 수묵화 거장전'이 열렸다. 권경열 영등포점장은 "차별화 전략으로 증축과 함께 인근 신세계백화점과 경방 타임스퀘어에 없는 문화홀과 갤러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1991년 개점 이후 10여년간 서울 서남부 상권의 맹주로 군림했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실지 회복에 나섰다. 이 상권에서는 2002년 문을 연 매머드급 백화점인 현대 목동점이 2006년 롯데 영등포점 매출을 추월해 '쇼핑 1번지'로 떠올랐고,지난해 9월 대형 점포로 재탄생한 신세계 영등포점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대 목동점과의 매출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신세계 영등포점에 쫓기는 롯데 영등포점의 선택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증축과 대대적인 리뉴얼.공사비용만 964억원을 책정했다. 롯데 영등포점은 우선 지상 8층 건물에 2개층을 더 올려 10개층으로 증축하는 공사를 통해 영업 면적을 기존의 3만2400㎡에서 3만9600㎡로 늘렸다.

현대 목동점(6만700㎡)과 신세계 영등포점(4만3200㎡) 등 경쟁 점포에 비해선 여전히 작지만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 영등포점은 이달 중순 외관(사진) · 증축 공사를 마친 데 이어 내년 초 기존 지하 1층~지상 8층 매장에 대한 전층 리뉴얼 공사를 6층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내년 10월께 완료되는 이 공사는 단순히 상품구성(MD)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천장과 바닥을 뜯어내 고급 마감재로 새 단장하고 매장구조 자체를 바꾸는 수준이다.

브랜드별 면적과 동선이 넓어지고 층고도 높아진다. 층별로 100~120㎡ 면적의 고객 휴게공간도 설치된다. 영업면적 3300㎡ 수준의 1층 전체를 화장품 매장,2층 전체를 핸드백 · 구두 등 피혁 매장으로 구성하는 등 파격적인 MD도 선보인다. 권 점장은 "증축 · 리뉴얼을 통해 경쟁점포에 비해 열세였던 쇼핑 환경과 편의시설이 대폭 개선되는 만큼 다시 '쇼핑 1번지'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영등포점의 변신으로 서울 서남부 상권에서 '빅3'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 목동점은 지난해 리뉴얼한 명품관과 영시티몰의 영업호조로 올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하며 매출 7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입점한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에 몰리는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0%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