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출신 첫 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9일 오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취임식을 하고 기업은행을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 나아가 세계 초일류은행으로 만드는 꿈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 행장은 순수 기업은행 출신으로는 첫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조 행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링컨기념관에서 했던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구절을 인용, "저에게도 큰 꿈이 있습니다.

기업은행을 대한민국 최고의 은행, 나아가 세계 초일류은행으로 만드는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앞당기고자 ▲고객 최우선경영 ▲중소기업금융 기반 강화 ▲자금조달기반 획기적 확충 ▲종합금융그룹 기틀 다지기 ▲새로운 성장동력 적극 발굴 ▲사회적 책임 등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고객 최우선 경영의 다짐은 명심보감의 `출문여견대빈(出門如見大賓: 밖을 나서는 순간 모든 사람을 귀한 손님 섬기듯이 하라)'이라는 구절을 인용, "고객은 은행의 전부이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뿐 아니라 단순한 대출 위주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 컨설팅, 해외진출 등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원 분야도 넓혀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조 행장은 "인력, 점포 등 은행의 모든 역량을 조달기반 확대에 집중해 어떠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한편 캐피탈과 증권, 보험, 자산운용, 시스템, 신용정보, 서비스를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핵심영역은 지켜나가면서 신사업 분야를 적극 개척해 5년, 10년 후의 미래 먹을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그동안 관(官) 출신이 은행장으로 오던 관행에서 벗어나 내부 출신인 자신이 수장의 자리에 오른 점을 강조, "은행원으로 입행해 누구나 은행장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1996년 김승경 행장 이후 역대 두 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이다.

김 행장이 기업은행 전신인 농업은행 출신이어서 순수 기업은행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조 행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지난 2년간 유명을 달리한 직원 11명과 투병 중인 22명의 이름도 일일이 열거하며 "은행에서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만큼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데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노조에도 "노(勞)와 사(使)는 어떤 상황에서도 손을 마주 잡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성숙한 노사문화를 구축한다면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아무것도 없다"고 당부했다.

기업은행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정부 나름대로 추진 절차가 있을 것이며 아직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고, 은행업계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은행들과 규모의 경쟁은 쉽지 않은 만큼 기업은행의 특성을 살린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행장은 상주고와 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동경지점장과 경영지원본부장, 개인고객본부장을 거쳐 2008년부터 전무이사(수석부행장)를 맡아왔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