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vatar 아바타 열풍)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3D(3차원) 영화 '아바타'가 1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영화 사상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관람료가 최대 1만6000원으로 일반 영화보다 두 배가량 비쌌지만 관객들은 3D 영상이 빚어내는 특수효과에 열광했다. 아바타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은 24억6000만달러(2조8600억원)로 종전 최대 히트작인 '타이타닉(18억400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바타의 성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토이 스토리 3' 등 3D 영화 붐으로 이어지면서 3D 시대를 앞당기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B (Bank 은행 수난 시대)

국내 은행들에 올해는 시련의 해였다.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시작된 '신한 사태'는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신 사장의 동반사퇴를 불렀다. KB금융지주 회장을 노렸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감독당국의 압력으로 물러났고,재임 중 부실이 드러나며 40억원대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과 스톡그랜트(성과연동주식)를 취소당했다. KB금융은 7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으나 정치권에선 '권력실세들이 인사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몸살을 앓았다.

C (China Risk 중국 리스크)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긴축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 중국은 지난 10월 3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12월 26일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렸다. 은행 지급준비율은 올 들어 여섯 번 올렸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교역이 많은 국가는 중국의 긴축으로 수출이 감소,성장률 둔화로 이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중국이 긴축 수위를 낮춰도 걱정이다.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 중국발 인플레이션(차이나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덮칠 수 있다는 공포가 끊이지 않는다.

D (Decoupling 디커플링)

함께 움직인다는 뜻의 커플링(coupling)과 반대되는 개념의 '탈(脫) 동조화'가 올해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반면 신흥국들은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경기 회복 속도의 차이는 물가와 통화 정책의 차이로 이어졌다. 신흥국들은 인플레(물가상승)를 막기 위해 잇따라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고 선진국들은 거꾸로 디플레(물가하락)를 우려해 저금리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E (Eurozone 흔들리는 유로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은 올해 글로벌 경제의 '화약고'였다. 연초 그리스에서 불붙은 재정적자 위기는 연말에 아일랜드로 번지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불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벨기에도 국가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재정적자 규모가 큰 유로존 국가를 지칭하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라는 단어도 유행했다. 위기 대처 해법을 놓고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과 다른 국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유로화의 존속 가능성도 의심받았다.

F (FTA 자유무역협정)

10월6일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정식 서명된 데 이어 12월3일 한 · 미 FTA 재협상이 타결됐다. 이로써 한국은 주요 공업국 가운데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EU와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한 · 미 FTA 타결 과정에서 '일방적 퍼주기'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산업계는 "조기 타결이 낫다"며 환영했고 일본은 "한국에 미국 시장을 뺏기게 됐다"며 긴장했다. 2004년 4월 칠레와 처음 FTA를 체결할 때만 해도 'FTA 지각생'이던 한국은 전 세계 45개국과 FTA를 체결하며 FTA 허브로 발돋움했다.

G (G20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1월11,12일 이틀간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한국은 G20 서울 정상회의의 개최국이자 의장국 자격으로 환율전쟁 종식 방안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등 세계 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다.

100년 전 한일 강제병합,60년 전 한국전쟁을 겪은 가난한 변방의 나라가 세계 경제의 새판을 짜는 '룰 메이커'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는 순간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은 자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역설 화법'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했음을 전 세계에 알렸다.

G20 서울 정상회의는 과거 네 차례 열린 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율전쟁 종식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각국의 경상수지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제안해 환율 전쟁의 불씨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서울 선언문(코뮈니케)에 신흥국의 자본 유출입 규제를 공식 허용하는 문구를 삽입한 것도 커다란 성과다.

한국이 빈번한 외화 유출입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하고 국내외 은행을 대상으로 거시건전성 부과금을 도입키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이 주도해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린 금융안전망과 개발도상국 지원 의제도 참가국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얻었다. 서울 정상회의에서 첫선을 보인 비즈니스 서밋이 정례화되는 성과도 낳았다.

IMF 지배구조 변화는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65년 만의 최대 개혁"이란 평가다. G20 정상들은 IMF 지분 중 6%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의결권은 6위에서 3위로 올라서고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의 지분율은 10위권 내로 진입한다. 한국도 의결권 순위가 18위에서 16위로 오른다. 신흥국의 발언권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G20은 원래 1999년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로 시작됐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국제금융 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G20은 정상회의 체제로 진화했다.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국을 뺀 서방 선진 7개국(G7) 모임만으로는 세계 경제 현안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G20은 세계 인구의 3분의 2,세계 GDP의 85%를 차지하기 때문에 G7보다 대표성이 강하다.

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는 한국에 유 · 무형의 경제적 효과를 안겼다. G20 정상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 온 외신기자만 2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타전한 수천여 꼭지의 기사는 전 세계 주요 미디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폭력과 유혈 시위가 없는 성숙된 시민의식도 행사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직 · 간접적으로 최대 24조6000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쏘나타 자동차 100만대 또는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H (HYUNDAI E&C 현대건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이 맞붙은 현대건설 인수전은 하반기 내내 뜨거운 이슈였다. 5조5100억원을 제시한 현대그룹이 5조1000억원을 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나티시스은행 대출 1조2000억원이 문제였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해당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자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했고,양측 다툼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법원 판단에 따라선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진행하려는 채권단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매각이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I (iPad 아이패드)

아이팟과 아이폰에 이어 애플이 4월3일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 간 '스마트 대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이패드는 올해만 1200만대 이상 팔리면서 미국에서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1위로 꼽혔다. 아이패드는 넷북과 e리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물론 신문 잡지 책 등 종이 매체를 혁신하는 미디어 빅뱅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11월30일 발매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패드에 대항하기 위해 갤럭시탭을 내놓았다. 새해에는 HP 에이서 델 LG전자 림(RIM) 등이 태블릿PC를 선보일 예정이다.

J (Job 청년취업난)

청년실업은 올해도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연초 5%대로 치솟았던 전체 실업률은 2분기부터 3%대로 낮아졌고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의 취업난은 계속돼 청년실업률은 1년 내내 7~8%대를 오르내렸다. 정부는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채용하는 등 청년실업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상당수 대졸자를 한시적인 청년인턴으로 내몰아 '88만원 세대'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K (KOSPI 2000 코스피 2000 돌파)

코스피지수가 12월14일 37개월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강해진 국내 대표 기업들의 경쟁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올해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처음 뚫은 2007년(70조원)보다 많다. 풍부한 시중 자금도 한몫했다. 외국인은 올해 한국 주식을 21조원어치 쓸어담았다. 지난해(32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순매수 규모다.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증시에 몰리는 풍부한 유동성을 감안할 때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L (Leaks 폭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달 미국 외교전문(電文) 25만건을 공개,전 세계 외교가를 뒤흔들었다. 폭로 내용에는 주요국 고위 정치인의 여성 편력과 비자금,정부 간 핵무기 거래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미국은 해명과 사과를 잇따라 발표하는 등 폭로 사태 뒷수습으로 홍역을 치렀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 세계는 '언론자유의 상징'이라는 칭송과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자'라는 비판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등 '어산지 신드롬'이 나타나기도 했다.

M (Morality·공직자 도덕기준)

고위 공직자들이 국회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8 · 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 국정기조로 제시한 '공정사회'가 공직자들의 도덕성 잣대를 한층 높여 놓은 것이 계기였다. '8 · 8 개각'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한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을 번복하는 등 말 바꾸기로 40대 총리의 꿈을 접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재산 형성 의혹 등으로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9월4일 딸의 특채 파동으로 37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정리했다.

N (North Korea·북한 리스크)

북한의 무력 도발이 어느 해보다 많았다. 3월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승조원 46명이 전사했고,11월23일 연평도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뒤이어 서해에서 대규모 한 · 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면에 부상했다. 북한 리스크는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혔다. 북한의 강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3남 김정은의 '3대 세습'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O (Option shock·옵션 쇼크)

옵션 만기일인 11월11일 장마감 10분을 남긴 동시호가 시간에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1조6200억원의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1970선에 육박하던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53포인트(2.7%)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옵션 쇼크로 인한 금융회사의 직접적 피해액만 1500억원에 달했다. 금융회사들이 몰린 서울 여의도에선 "옵션 거래 세계 1위인 한국 증시가 외국인의 움직임에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도이체방크가 주도했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누가,어떤 의도로 옵션 만기일에 대규모 매물을 내놓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P (Populism·포퓰리즘)

대중의 인기를 좇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극성을 부렸다. '보편적 복지' 등 경제적 합리성이나 재원 마련 방법 등은 도외시한 채 복지를 늘리겠다는 정치 구호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기업 투자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법인세 및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 인하는 '부자감세'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시의회는 내년부터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키로 해 이에 반대하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향은 내년에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Q (Quantitativeeasingㆍ양적완화)

중앙은행이 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이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부터 올해 3월까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1차 양적완화를 실시한 데 이어 내년 6월까지 600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를 단행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과 영국중앙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이 지속돼 자산가격 거품 등 급격한 자본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게 신흥국 통화당국의 과제로 부각됐다.

R (Rare earth metal·희토류)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를 둘러싸고 자원전쟁이 벌어졌다. 희토류는 란탄 세륨 디스프로슘 등 17종의 원소를 일컫는 말로 각종 전자제품의 필수 소재로 쓰인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95%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희토류 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했다. 올해 수출 물량을 3만300t으로 기존(5만t)보다 줄였고 내년에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일본과 분쟁이 격화됐던 10월엔 대일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며 자원을 무기화하는 패권주의적 모습을 보였다.

S (Sejong city·세종시 원안대로)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은 올초부터 관가와 정가를 뜨겁게 달구었다. 정부는 1월11일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던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 · 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건설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원안을 고수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논란 끝에 수정안은 6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05명,반대 164명으로 부결됐다. 세종시 수정안의 총대를 멨던 정운찬 국무총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국무총리실 · 기획재정부 등 36개 중앙행정기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전한다.

T (Toyota Recall·도요타 리콜)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품질의 도요타'란 명성에 금이 갔다.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운전자가 도요타의 최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를 몰다 급가속 사고를 당한 사실이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되면서 미국 언론은 '도요타가 가속 페달 불량 문제를 숨겨왔다'며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도요타는 한 해 판매량과 맞먹는 800만대 이상을 리콜했다. 도요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데 대한 미국 언론의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 · 기아차는 미국과 유럽에서 도요타 리콜 사태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U (Union·노조법)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노조법이 7월1일부터 시행돼 '노조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노조 전임자는 대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따라 회사와의 교섭,직원 고충 처리 등 특정 업무를 수행할 때는 예외적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도입 초기 노사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타임오프제를 도입한 사업장 비율이 83.4%에 달해 노조법이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조합원이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만큼 노조의 서비스 기능도 강화되는 추세다.

V (Vegetable·배추값 폭등)

배추가 올 하반기 식탁의 최대 관심사였다. 연초 이상한파와 여름철 무더위,초가을 집중호우 등으로 생산이 급격히 줄면서 9월 말 배추 가격은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중 2~3%대로 안정됐지만 배추를 비롯해 무 마늘 고추 등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급등,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재료비 상승을 견디지 못해 밑반찬으로 김치를 내놓지 않거나 음식값을 올리는 식당도 많았다. 정부는 작황 예측에 실패하고 값이 폭등한 뒤에야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기로 하는 등 '뒷북 대응'으로 비판받았다.

W (Win-Win·동반성장)

하반기 최대 국정 과제로 '동반 성장'이 떠올랐다. 경기 회복의 성과가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협력업체에 대한 현금 결제 확대,납품단가 조정 등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쏟아졌다. 12월13일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내년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실적을 평가한 동반성장지수를 내놓고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선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기업 활동과 소비자 선택권을 옥죈다는 비판도 나온다. 롯데마트가 치킨 체인점의 반발에 밀려 5000원짜리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한 게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X (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

글로벌 경제위기의 후폭풍으로 세계 각지에서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이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특히 유럽에선 외국인 혐오가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종교 갈등으로 확산됐다. 프랑스는 '로마(roma)'라고 불리는 중부 유럽 출신 집시들에 대한 강제추방 정책을 실시했고 이런 정책은 이탈리아와 헝가리 등으로 번졌다. 프랑스는 또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이슬람 전통 베일인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키르기스스탄에선 키르기스인과 우즈베키스탄인 간 민족 갈등으로 6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Y (Young power·영 파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2월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20)가 세계 신기록(228.56점)으로 '피겨 퀸'에 등극했고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이승훈(22)이,500m에서 이상화(21)와 모태범(21)이 금메달을 땄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남녀 동반 우승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신지애 최나연 등 20대 골퍼들은 세계 무대에서 '넘버 1'을 다퉜다. 재계에서도 '젊은 조직' 바람이 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42)과 장녀 이부진 전무(40)가 각각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Z (Zuckerberg 페이스북 열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6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소통 수단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커버그가 2004년 하버드대를 중퇴한 뒤 만든 페이스북은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페이스북 이용자만 2억명이 넘으면서 페이스북이 전 세계 민주화와 기업 마케팅 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43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