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쉰들러 도이치랜드(Schindler Deutschland GmbH)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확대했다.

최근 들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현대로지엠과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리던 쉰들러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에도 지분을 확대한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쉰들러 도이치랜드는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3만3094주(1.87%)를 장내에서 매수, 보유지분을 종전 33.40%에서 35.27%로 늘렸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진행하고 있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신주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지난 24일까지 주식을 사야했다는 점 때문에 쉰들러측이 향후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쉰들러측이 지난 24일에도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그룹측 지분이 50%를 넘어선 상황이어서 사실상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쉰들러측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쉰들러측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처음 매입할 당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부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쉰들러측도 지분변동보고서에서 "한국의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며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와 제휴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의해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관련시장 규모가 세계 4~5위에 달할 정도로 크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쉰들러측이 한국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쉰들러는 2004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했지만 아직까지 점유율이 미미하다.

지난 9월 기준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은 현대엘리베이터가 41.3%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인 오티스엘리베이터(19.8%),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12.7%)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전문가들은 쉰들러측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며 경영지배 구조가 취약해진 틈을 타 지분을 늘리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