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정수영씨(37)는 중고차 마니아다. 3~4년에 한 번씩 차를 바꿔타고 있다. 요즘엔 국산차를 넘어 수입 중고차까지 구입 대상에 넣고 있다. 정씨는 "중고차 선택의 폭이 신차보다 훨씬 넓은데다 선팅 등 웬만한 기본 옵션을 갖추고 있어 저렴하게 여러 차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엔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200만대를 돌파했다. 신차 판매량 증가로 중고차 매물이 늘어난 데다 불투명했던 거래 관행도 개선되고 있어서다.

2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 수가 216만대(증여,상속,촉탁 제외)에 달했다. 이는 작년 전체 거래대수(196만대)보다 10.2% 늘어난 수치다. 국내 중고차 매매건수가 100만대를 처음 돌파한 것은 1996년이다.

2007년 181만대였던 매매건수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 175만대로 위축됐다가 작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다. 중고차 거래건수가 올해 14년 만에 두 배로 커진 것이다. 국토부 자동차생활과 관계자는 "올 7월 전산망 개편작업을 하면서 과거 누락됐던 일부 거래대수가 편입되긴 했지만 올해 매매건수는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보면 중고차 매매업자를 통한 거래가 127만4754대로 59.1%,당사자 직거래는 88만1731대로 40.9%를 각각 차지했다. 중고차 거래는 1998년까지만 해도 직거래가 61%로 우위에 있었지만,이후 중고차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커지면서 업자를 통한 매매가 많아졌다. 증여와 상속,촉탁을 모두 포함한 연간 총 거래량은 작년 202만3450대로 이미 200만대를 넘어섰으며,올 1~10월 222만1493대를 기록했다.

중고차 거래건수가 급증하는 것은 매물이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올 1~10월 신차 판매량은 129만9000여대(수입차 포함)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이상 늘어났다.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대형 매매시장이 등장하면서 거래 관행이 투명해지고 있는데다 차량 내구성 향상으로 잔고장이 적어진 것도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다 대형 렌터카 업체의 인수 합병에 따른 소유권 이전도 거래량 증가에 한몫했다. 업계에선 중고차 시장이 중 · 장기적으로 연 150만대 안팎에 달하는 신차 시장의 세 배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고,매매업자의 각종 서비스가 좋아지면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중에선 어떤 모델이 가장 인기 있을까.

SK엔카에 따르면 올해 르노삼성 SM5의 거래건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준중형급인 현대차 아반떼는 뒤를 이었다. 작년엔 현대차 그랜저와 SM5,현대차 스타렉스 등의 순이었다. 정인국 SK엔카 이사는 "신차가 많이 팔리면 해당 모델의 중고차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뉴 SM5와 신형 아반떼 출시가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중고차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고차 잔존가치가 신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GM대우는 '최대가치 보장할부'를 진행 중이다. 준대형 세단인 알페온과 준중형차 라세티 프리미어가 대상이다. 할부로 구입한 소비자에게 3년 후 차값의 55% 및 50%를 각각 보장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르노삼성은 SK엔카를 통해 중고차 인증 제품을 판매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르노삼성 중고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엔진과 미션에 대해 1년 · 2만㎞,일반 부품에 대해 6개월 · 1만㎞까지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중고차 거래 늘어나는 이유

▶ 신차 판매 확대에 따른 매물 증가
▶ 원스톱 서비스 가능한 매매시장 등장
▶ 온라인 통한 개인간 직거래 활성화
▶ 내구성 증가에 따른 잔고장 감소
▶ 중고차에 대한 할부금리 인하 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