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 임원 인사는 최재원 부회장의 부상과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SK㈜,SK가스,E&S 등 계열사 경영에 국한됐던 최 부회장의 행동 반경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면서 오너 경영 특유의 장점인 미래 성장사업 발굴과 투자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 SK C&C,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에 40~50대 초반의 인사들을 전진배치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변화와 혁신 경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최태원 · 재원 형제경영 본격화

최 부회장은 신설된 부회장단을 이끄는 수석 부회장에 오르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고(故) 최종건-최종현 회장이 구축한 SK가(家)의 형제 경영 전통이 이어지게 된 셈이다. 최 부회장은 부회장단을 이끌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과 글로벌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인력 배치에 관여하는 등 최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인 SK㈜ 공동 대표까지 맡고 있는 최 부회장은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란 게 SK 내부의 분석이다.

SK 관계자는 "최 부회장이 수장 역할을 맡는 부회장단은 의사결정 권한은 없지만 조직 직제로 보면 지주회사인 SK㈜ 위에 있게 된다"며 "직속으로 G&G(Global & Growth) 추진단과 기술혁신센터(TIC) 등 신성장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조직을 둔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자문단과도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안팎에선 최 회장이 글로벌 성장전략 확보와 숙원 과제인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최 부회장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풍부한 글로벌 감각과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해외사업 기획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2004년 3월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 등에 따른 그룹 오너 일가의 일괄 퇴진 방침에 따라 당시 맡고 있던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각 SK E&S와 SK가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젊은 SK

SK의 사장 승진자 10명의 평균 나이는 52.7세다. 이달 초 인사를 실시한 삼성 신임 사장단 평균나이(51.3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계열사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부회장급 인사들이 50대 후반~60대 초반인 반면 새로 기용된 사장들은 40~50대 초반으로 젊어졌다.

또 그동안 주요 계열사 사장은 외부 스카우트가 많았지만,이번에는 내부 승진이 두드러졌다. 김영태 신임 SK㈜ 사장과 박봉균 신임 SK에너지(정유부문 사업회사) 사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모두 옛 유공 시절부터 SK에 몸담아 온 사람들이다. 현업에서의 오랜 근무 노하우와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CEO 세대교체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최 회장이 경영 화두로 내세운 실행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지속 성장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 조직개편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 주력 계열사도 CEO 교체를 통해 성장 해법 찾기에 나섰다. SK텔레콤은 하성민 총괄사장과 서진우 사장 '투톱 체제'로 전환했다. 하 사장은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SK텔레콤 설립 초기부터 통신 사업에서 재무 기획 부문을 두루 거친 전략가로 꼽힌다. 서 사장은 기존 이동통신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 등을 아우르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SK에너지는 석유 · 화학 부문 등으로 나눠진 사내회사(CIC) 체제를 내년 1월1일자로 독립회사로 승격시킨다. 구자영 사장이 중간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 사장을 맡고,화학부문 사업 회사인 SK종합화학 사장에는 차화엽 올레핀사업본부장이 임명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