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부터 제 입사 동기가 하나도 없다는 점만 봐도 제가 비행기를 참 많이 탔네요. "

밴쿠버발 인천행 KE 072편 근무를 마치고 지난 23일 인천공항에 도착,국내 여승무원으로서는 최초로 비행 3만시간을 기록한 이순열 사무장(55 · 사진)은 이같이 말했다.

1978년 7월 대한항공에 들어온 뒤 줄곧 객실승무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입사 32년5개월 만에 이 같은 대기록을 세운 것.비행 3만시간은 거리로 치면 약 2650만㎞,하늘에서 일한 시간만 3년6개월이다. 전 · 현직을 포함해 우리나라 객실여승무원 중 비행시간 3만시간을 넘어선 것은 이 사무장이 유일하며 남자 승무원을 포함해도 단 4명뿐이다.

그녀가 입사할 당시 동기 승무원은 남자 17명을 포함,총 87명.현재 남아 있는 승무원은 자신뿐이다. 독신으로 살아온 이 사무장은주로 유럽 · 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을 탄다.

서울 출생인 이 사무장은 "중학교 3학년 때 좋아했던 영어선생님으로부터 여승무원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승무원의 꿈을 키워왔다"며 "부모님의 권유로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긴 했지만 졸업하자마자 대한항공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내년 8월 정년퇴직한뒤 종교 미술과 관련한 갤러리 투어를 통해 봉사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가톨릭대에서 중세미술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퇴직하면 우선 스페인 산티아고로 850㎞ 도보 여행을 갈 생각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비행이 없는 날에는 5~10㎞씩 조깅을 한 덕분에 체력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

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