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을 위한 선택》은 후자에 속한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 언젠간 맞닥뜨릴 '인생의 오후'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기존의 인생 가방을 풀어 정리한 다음 다시 싸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심리학자 칼 융의 말로 갈음된다.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오후를 살 순 없다. 아침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엔 보잘것없어지고,아침에 진리였던 게 오후엔 거짓이 될 수도 있다. '
1946~1964년생을 위해 썼다지만 실제 내용은 세대에 상관없이 삶의 무게에 눌려 허덕이거나 길을 잃었다 싶은 사람 모두를 겨냥한다. '직장과 가정,사적인 모임 등 모든 곳의 요구에 일일이 부응하고자 악전고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가방을 푼다는 것은 자신의 현재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뜻한다. 인생이란 긴 여정의 어디쯤에 있고,어디로 가고 싶고,어떻게 갈 건 지 알자면 먼저 소유한 것,맺고 있는 관계,지고 있는 각종 책임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건지,아니면 그저 발목만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져온 짐들이 과연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더 이상 필요하지도 않은 짐 때문에 버거워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라고 말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고 자유로워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진짜 원하는 삶과 상관없는 일에 힘을 쏟아붓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방을 다시 싼다는 건 삶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일을 의미한다.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면 삶의 우선순위 내지 훌륭한 삶에 대한 정의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먼저 재고조사를 통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없이 지내고 싶지 않은 것,확실하지 않은 것,없애고 싶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권한다.
덧붙여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에서 얻어지며,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전한다. '마음과 영혼의 행복에 필요한 시간을 위해 보수 받는 일을 줄일 것,스스로에게 '좋아'라고 말하기 위해 남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인간관계를 더 넓히기보다 기존의 관계를 돈독히 할 것,밖에 있는 최상의 것을 구하려 하기보다 가진 것 안에서 만족을 찾을 것,긴 안목으로 보고 인내를 배울 것.'
또 회사 일이 힘들다고 그만두기보다는 자기가 꼭 안 해도 되는 일 한두 가지를 사양하고 가끔 별난 옷도 입어보는 등 일상의 틀을 깨보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관대해지라고 조언한다. 가끔 길을 잃는 것도 괜찮다는 저자의 또 다른 한마디는 막막할 때마다 힘을 불어넣는다. '삶이 우리를 짓누른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우리는 예기치 않은 성장과 생명의 여정을 밟고 있다.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