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머피의 법칙' 가운데 '베스트스코어를 기록한 다음 라운드에서 워스트스코어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있다.

아마추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내로라하는 프로들도 예외는 아니다.

베스트스코어를 낸 상승세를 다음 라운드에서도 이어가는 것은 바라지 않더라도,워스트스코어를 막는 길은 없을까.

◆올해 주요 프로 몰락 사례

유럽의 떠오르는 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매킬로이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첫날 63타를 치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안는가 했다.

그런데 다음 날 80타를 치고 말았다.

하룻새 스코어 편차가 17타에 달한 것.63타는 역대 메이저대회 18홀 최소타수 타이다.

매킬로이는 메이저대회에서 63타를 친 24명 가운데 그 다음 날 최악의 스코어를 낸 덤터기까지 쓰고 말았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US오픈 3라운드에서 66타를 치며 3타차 선두에 나섰으나 4라운드에서 82타를 기록했다.

메이저대회 사상 선두권의 최종일 스코어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부진이었다.

◆스코어 몰락을 막으려면

머피의 법칙이 아니라도,골프에서는 잘 치고난 다음 라운드를 조심해야 한다.

머릿속에 잘 친 날 벌어진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지금 라운드는 관심밖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샷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번 베스트스코어라도 냈을 때는 동반자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이 골퍼들 마음이다.

그럴수록 '이번에도 잘 쳐야 된다'는 부담은 늘어나고 샷은 안 되게 마련이다.

베스트스코어나 그 언저리 스코어를 냈을 땐 그날로 잊어버리는 것이 다음 라운드에서 난조를 막는 길이다.

연연하고 떠벌릴수록 다음 라운드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연히 '그때는 그때고,지금은 지금'이라는 자세로 현재의 라운드,당장의 샷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미현 프로는 "골프 스코어를 잘 내려면 골퍼의 상태는 정삼각형(△)이 돼야 한다.

역삼각형(▽)이 되면 무너지게 마련이다"고 말한다.

생각이 많아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수록 역삼각형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머리와 마음을 비워 기운이 아래로 내려가고 하체가 단단한 골퍼는 정삼각형 상태가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베스트스코어를 기록한 후 다음 라운드를 앞두고 연습에 더 몰두하는 것도 머피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좋은 스코어를 냈을 때의 스윙 감(感)을 생각하면서 그 감에 근접하도록 연습하면 다음 라운드 때 적어도 몰락은 피할 수 있다.

김경수 골프팀장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