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영 조선업체 비나신이 지난 20일 만기 도래한 6000만달러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비나신의 부도 위기로 베트남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응우옌녹수 비나신 회장은 이날 "2007년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서 빌린 6억달러 중 만기가 도래한 1차분 6000만달러를 지불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채권단과 여전히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채권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비나신은 채권단에 만기 1년 연장을 요청한 상태지만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채권단이 비나신에 단 3일의 유예 기간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비나신이 1차 상환액에 대해 사실상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비나신의 이번 6000만달러의 부채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비나신의 채무는 총 44억달러로,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 실제로는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 대형 은행들의 대출 중 비나신 비중은 3%에 달한다. 만약 비나신이 본격적인 디폴트를 선언하면 비나신의 채권을 보유한 베트남 은행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P도 최근 "'가까운 장래에' 비나신이 지급불능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비나신의 부실채권을 보유한 베트남 은행들의 신용도와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도 15일 비나신 사태로 인해 베트남 금융권의 위기가 높아졌다며 베트남 국가신용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비나신 부도 위기가 베트남 경제까지 휘청거리게 만들면서 베트남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부채 문제는 비나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지원 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전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문제다. 일각에선 비나신이 1차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부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비나신 지분 100%를 보유한 정부가 결국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나신 외 베트남 국영기업들의 채권을 보유한 국영은행들도 비슷한 문제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국영기업의 대출은 베트남의 은행 전체 대출에서 30~40%를 차지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