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원 · 달러 환율은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달러 가치는 약세를 나타내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원 · 달러 환율이 내년 중 1000원대로 내려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원 · 달러 평균 환율을 1110원으로 전망했다. 1150원대 후반일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평균 환율보다 50원가량 낮은 것으로 내년 하반기 중에는 1100원 아래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평균 환율을 1090원으로 제시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JP모건체이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환율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 있다가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3분기 말에는 109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은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1100원을 웃돌다가 2분기부터 1000원대로 하락해 연말에는 1030~105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 하락 전망이 우세하지만 변수는 많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기조 변화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달러 공급은 올해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160억달러로 올해(290억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당국은 직 · 간접적인 시장 개입과 함께 거시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도입 등 자본 유출입 규제를 통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원 · 달러 환율은 하락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가 작용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