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은행들이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고 '키코(KIKO) 피해기업 지원자금'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다가 3300억원가량을 부실채권으로 떠안게 됐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부장판사 김제완)는 사기와 배임,허위공시 등의 혐의로 기소된 S중공업 대표 노모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2008년 12월부터 지난 4월 사이 분식된 대차대조표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산업은행 등 11개 은행으로부터 B등급을 받아 모두 21차례에 걸쳐 '키코(KIKO) 패스트트랙 지원자금' 3288억원을 대출받았다. 혐의는 64억원 배임과 허위공시 등이었다. 키코 패스트트랙 지원자금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사가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와 키코 손실로 인한 부도 위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신규자금 대출 프로그램이다.

재판부는 노 대표의 배임과 허위공시 혐의만 유죄로 보고 사기대출 혐의에 대해서는 "분식회계와 대출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용위험평가에서 재무제표 비중은 10~20%에 불과했고 은행들은 그보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이 회사 선주들이 은행에 선수금 지급보증을 요구해올까 우려해 대출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외부 회계법인이 은행 측에 분식회계를 지적해줬는데도 자금 지원을 더 해줬다"고 판시했다. S중공업은 자금난으로 결국 지난 7월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