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령탑 릴레이 인터뷰] (1) "롯데구단 롤모델은 맨유…생활용품 만들어 흑자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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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병수 롯데 자이언츠 사장
올해 관중 117만여명 동원
"국내 프로야구단 자생력 부족 … 서비스 확충·캐릭터 개발 필요"
올해 관중 117만여명 동원
"국내 프로야구단 자생력 부족 … 서비스 확충·캐릭터 개발 필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 프리미어리그)는 팬들에게 수천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상품 매출이 가장 높은 롯데가 취급하는 게 고작 300가지 정도입니다. 앞으로 프로야구 관련 상품을 캐릭터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
롯데그룹 홍보실 전무를 거쳐 올해 초 롯데자이언츠 대표를 맡은 장병수 사장(58)은 21일 "국내 프로야구를 스포츠산업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야구단이 적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8개 구단 중 올 시즌 가장 많은 관중(117만5665명)을 동원한 롯데가 2년 연속 매출 300억원을 넘겼고 손익분기점(BEP)에 간신히 도달했을 정도다.
롯데의 올 시즌 광고 매출은 170억원 남짓이었고 모자 글러브 방망이 등 상품 매출이 33억여원.나머지는 중계료 수입과 입장료 수익 등이다.
장 사장은 프로야구단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팬 서비스를 확충하고 캐릭터 상품 등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직원들이 미국과 일본의 유명 구단을 둘러보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30억원을 투입해 의자 등 경기장 인프라 개선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케밥 같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외야석을 보완해 팬들이 더 편하고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그는 1년간 야구단 사장으로 일하면서 야구관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했다. 올 시즌 부산 사직구장 홈 경기와 서울 및 인천 경기를 전부 참관한 장 사장은 팬들의 즐거움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때 두산 베어스에 먼저 2연승한 뒤 내리 3연패하는 바람에 구단 프런트로 전화가 쇄도하고 난리가 났어요. 역시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합니다. "
야구 명문 경북고 출신인 장 사장은 웬만한 프로야구 선수 이름은 다 외울 정도의 야구광이다. 하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의 스포츠면부터 뒤적이는 부산 팬들에게는 두 손을 들었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을 속속들이 연구하는 건 물론 전날 선수가 시내에서 술을 마시면 바로 프런트에 알리는 게 부산 팬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열성팬들의 모습을 밀납인형으로 만들어 롯데 자이언츠 박물관에 전시하는 등 부산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보존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최근 3년 새 20 · 30대 젊은층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는 건 프로야구가 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청신호죠.1만원도 안 되는 입장료로 서너 시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프로야구 말고 또 있습니까. 한번 경기장을 찾기만 하면 야구의 마력에 푹 빠져들게 되지요. "
'새내기 사장'으로서 올해 아쉬움도 많다. 팬의 입장에서는 흥미 위주로 경기를 봤지만 막상 사장이 되고 나니 팀 기여도로 선수를 평가하게 된다는 것.게다가 성적을 따지다 보니 일부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8년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는 꼭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내년 시즌에 대비해 양승호 감독을 선임하고 코치진을 대폭 교체했다. 선수 자체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백업요원 충원에도 나섰다.
"올해도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에는 반드시 우승을 향해 내달려야 합니다. "
장 사장은 제9구단 설립에 대해 "지금은 외형 확대보다 내실을 기할 때"라고 일침을 놨다. 구단 수를 늘리는 것은 어려운 기존 구단들의 경영 환경에 물타기하는 상황이라는 것.야구인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기존 구단을 나 몰라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