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령탑 릴레이 인터뷰] (1) "롯데구단 롤모델은 맨유…생활용품 만들어 흑자낼 것"
올해 프로야구는 '2010 남아공월드컵'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다인 592만8626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600만 관중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는 얘기다. 상위권의 우승 다툼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8개 구단의 서비스 경쟁도 불을 뿜고 있다. 경기 승패에 일희일비하면서도 장기적인 구단 발전의 로드맵을 만드느라 땀 흘리는 프로야구단 사령탑들의 속 깊은 얘기를 들어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영국 프리미어리그)는 팬들에게 수천 가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국내에서 상품 매출이 가장 높은 롯데가 취급하는 게 고작 300가지 정도입니다. 앞으로 프로야구 관련 상품을 캐릭터뿐 아니라 생활용품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입니다. "

롯데그룹 홍보실 전무를 거쳐 올해 초 롯데자이언츠 대표를 맡은 장병수 사장(58)은 21일 "국내 프로야구를 스포츠산업으로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야구단이 적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8개 구단 중 올 시즌 가장 많은 관중(117만5665명)을 동원한 롯데가 2년 연속 매출 300억원을 넘겼고 손익분기점(BEP)에 간신히 도달했을 정도다.

롯데의 올 시즌 광고 매출은 170억원 남짓이었고 모자 글러브 방망이 등 상품 매출이 33억여원.나머지는 중계료 수입과 입장료 수익 등이다.

장 사장은 프로야구단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팬 서비스를 확충하고 캐릭터 상품 등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마케팅 직원들이 미국과 일본의 유명 구단을 둘러보고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30억원을 투입해 의자 등 경기장 인프라 개선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케밥 같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외야석을 보완해 팬들이 더 편하고 즐겁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그는 1년간 야구단 사장으로 일하면서 야구관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했다. 올 시즌 부산 사직구장 홈 경기와 서울 및 인천 경기를 전부 참관한 장 사장은 팬들의 즐거움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때 두산 베어스에 먼저 2연승한 뒤 내리 3연패하는 바람에 구단 프런트로 전화가 쇄도하고 난리가 났어요. 역시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합니다. "

야구 명문 경북고 출신인 장 사장은 웬만한 프로야구 선수 이름은 다 외울 정도의 야구광이다. 하지만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의 스포츠면부터 뒤적이는 부산 팬들에게는 두 손을 들었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을 속속들이 연구하는 건 물론 전날 선수가 시내에서 술을 마시면 바로 프런트에 알리는 게 부산 팬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열성팬들의 모습을 밀납인형으로 만들어 롯데 자이언츠 박물관에 전시하는 등 부산의 뜨거운 야구 열기를 보존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최근 3년 새 20 · 30대 젊은층이 야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는 건 프로야구가 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청신호죠.1만원도 안 되는 입장료로 서너 시간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프로야구 말고 또 있습니까. 한번 경기장을 찾기만 하면 야구의 마력에 푹 빠져들게 되지요. "

'새내기 사장'으로서 올해 아쉬움도 많다. 팬의 입장에서는 흥미 위주로 경기를 봤지만 막상 사장이 되고 나니 팀 기여도로 선수를 평가하게 된다는 것.게다가 성적을 따지다 보니 일부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8년간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는 꼭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내년 시즌에 대비해 양승호 감독을 선임하고 코치진을 대폭 교체했다. 선수 자체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백업요원 충원에도 나섰다.

"올해도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년에는 반드시 우승을 향해 내달려야 합니다. "

장 사장은 제9구단 설립에 대해 "지금은 외형 확대보다 내실을 기할 때"라고 일침을 놨다. 구단 수를 늘리는 것은 어려운 기존 구단들의 경영 환경에 물타기하는 상황이라는 것.야구인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기존 구단을 나 몰라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