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연평도 사격훈련이 실시된 20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법제처로부터 내년도 업무보고를 예정대로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격훈련이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호들갑을 떨거나 불필요한 긴장감을 불어 넣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를 받기 전 임태희 대통령 실장으로부터 연평도 훈련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국무총리를 통해 전 공무원들과 정부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라고 전해달라"고 지시했다. 김희정 대변인은 "간략했지만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사격 훈련을 두고 국론 분열을 경계했다. 이 대통령은 행안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우리를 넘보는 것은 국론이 분열됐을 때"라며 "우리가 국방력이 아무리 강하고 우월해도 국론이 분열되면 상대(북한)는 그걸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격 훈련에 반대하는 일부 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또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이 하나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될 때까지는 투철하게 안보 의식을 갖고 해야만 경제도 성장시킬 수 있다. 철저한 안보의식이 없으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돼도 국민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아울러 "튼튼한 안보라는 것은 튼튼한 국방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최상의 안보는 단합된 국민의 힘"이라며 "국민이 하나 될 때가 가장 튼튼한 안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분단된 나라에서 국가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특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에 여러분이 역할을 해야 하고,자신감을 갖고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우리 군의 연평도 포 사격 훈련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찬반양론이 대립하는 '남남 갈등'의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