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인수 · 합병(M&A)이 잇달아 무산되고 있다. 중앙부산 삼화 전주 등 부실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M&A 기대감이 높았으나 성사직전에 무산됐다. 관계자들은 부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하거나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매각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부실 저축은행 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에 허덕이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의 정상화가 지체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M&A통한 구조조정 한계

중앙부산저축은행은 최근 대부업계 자산 1위인 러시앤캐시와 M&A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최종 가격협상에 실패했다.

삼화저축은행도 메리츠종금증권과 M&A 협상을 계속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부실로 인해 경영정상화가 시급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도 M&A 주문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말만 나돌지 아직 가시적 성과는 없는 편이다.

이에 대해 한 저축은행장은 "매물은 쏟아지는 데 대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웃돈을 요구하고 숨겨진 부실이 드러나면서 인수희망자들이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부실로 인해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만 8~10여곳에 달한다. 내년부터 PF규제가 강화되고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저축은행 부실PF대출 채권 환매가 시작되면 더 많은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안에 이들 저축은행이 M&A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사 M&A가 성사된다고 해도 부실이 사라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100여개 중 최근 수년간 주주가 바뀐 곳이 40여곳"이라며 "대주주의 '손바뀜'만 있었을 뿐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M&A보다 근본적인 해법 내놔야

한국경제신문이 1998년 이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을 조사한 결과 문제의 저축은행들은 M&A가 돼도 수십 년째 반복적으로 부실을 야기했다. M&A가 미봉책이었다는 방증이다.

1994년 237개였던 저축은행 수는 2004년 113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이후 올해까지 6년 동안 9개밖에 줄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퇴출시키지 않고 시장 불안을 우려, M&A를 유도해 온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1998년 부실경영으로 무너진 한보그룹에서 제일화재로 주주가 바뀐 새누리저축은행은 10여년이 지난 2008년 한화그룹으로 주주가 세 번째 바뀌었지만 부실은 그대로였다. 한화는 올해 새누리저축은행에 650억원의 증자를 해야 했다. 2000년 신충북저축은행에서 계약이전된 하나로저축은행 역시 부실이 10여년간 지속돼 결국 올해 저축은행중앙회와 한신저축은행이 인수했다. 2005~2007년간 경북 현대 전북 홍익 분당 대운 저축은행들은 반복적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아오다 결국 모두 정리됐다.

그러다 보니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동반 부실화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동안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온 솔로몬 한국 부산 등 대형 3사는 10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건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M&A를 통한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고 이후 부실이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부실 저축은행을 과감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