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셴핑(郞咸平) 홍콩 중문대 교수(사진)는 중국 정부의 경계 대상 1호 경제학자로 통한다. 민주화를 외치기 때문이 아니다. 거침없는 입담 때문에 '미스터 마우스(Mr. Mouth)'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2004년 중국 지식인 사회에 국유기업 개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랑구(郞顧) 논쟁'이다. 랑 교수와 구추쥔(顧雛軍) 중국 커룽그룹 회장 간 논쟁을 일컫는다.

랑 교수는 구 회장이 국유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회계 조작 등의 방법으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한 예를 들며 "중국 국유기업 재산권 개혁은 '부자들의 향연'으로 국가 자산이 심각하게 유실되고 있다"고 주장해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다. 최근 그의 저서 《중미전쟁》이 국내 출간된 것을 계기로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내년은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기업인들이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요.

"내수 확대입니다. 5개년 계획에 처음으로 내수 확대란 별도의 항목을 만들었습니다. 12차 5개년 계획은 경제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는데,투자와 수출에 의존한 발전 방식을 바꿔 내수 확대를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게 그것입니다. 이를 위해 12차 5개년 계획에선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늘린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바오바(保八 · 8% 성장률 지키기)정책'보다 국민의 부(富)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제 주장과 맥이 닿습니다. 다국적 기업은 과거 중국에서 공장만 운영했지만,지금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서 현지에 적합한 상품 개발을 위한 연구 · 개발(R&D)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뀐다는 얘기인데,중국 시장을 어떤 식으로 뚫어야 하나요.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외국 기업의 신 공략 채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만.

"외국 기업이 우선 인식해야 할 게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이미 변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도 토종 경쟁자가 없는 무주공산인 곳은 이제 없습니다. 휴대폰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까지 한 일본의 휴대폰업체들도 있습니다. 현지화된 R&D를 하지 않고,중국을 아시아시장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는 전략으로는 경쟁우위를 갖기 힘듭니다. 온라인쇼핑몰은 중국 내수를 공략하는 한 채널일 뿐입니다. 기업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유통채널을 바꾼다고 근본적으로 바뀔 게 없습니다. "

▼임금 인상으로 중국 연해도시에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외 기업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중 · 서부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래엔 중 · 서부지역 임금도 오를 텐데요.

"산업 가치사슬 이론에 해법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단순 제조에만 매달려서는 안됩니다. R&D 능력을 키워 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3년 전부터 외국 기업의 사례를 통해 중국 기업에 이 같은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제 중국에도 그런 기업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때 운동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였던 안다와 나이키의 대리상이었던 바이리는 가치 사슬이 높은 쪽으로 사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임금에 더 이상 기대지 않기 때문에 임금 인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

▼중국과 일본 간의 센카쿠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국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중국인은 대부분 이성적입니다. 근거없이 남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외국 기업은 중국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최근 일본 기업이 겪은 어려움은 자체 경영 관리상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를 보세요. 중국 휴대폰시장에서 삼성은 과거에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잘나가고,일본 경쟁사들은 완전히 밀렸습니다. 올 들어 발생한 중국 진출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직원의 복리 수준은 일본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업종의 중국 기업보다 낮았습니다. 게다가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 직원들은 중 · 고위층 관리자로 승진하기가 어렵습니다. "

▼중국도 신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신에너지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에서 외국 기업이 기회를 찾으려면 우선 외국 정부가 중국에 취하고 있는 불합리한 수출 제한정책을 폐지해야 합니다. 미국은 2007년부터 중국에 대해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수출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2001년 중국이 수입한 첨단 제품 가운데 18.3%가 미국산이었지만,이 비중이 2008년에는 7%로 떨어졌습니다. 따라서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북아국가 간에 무역협력과 함께 기술교류를 늘리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

▼중국 금융시장 개방에 따른 리스크를 강조하셨는데,한 · 중 양국의 금융회사들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들려주시죠.

"중국 자본이 한국 증시와 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그러나 양국의 금융교류는 아직 매우 제한적인 수준입니다. 위안화 국제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는 데 이와 관련해 양국 간 협력방안을 함께 연구하는 게 시급합니다. 증권사나 펀드 거래소뿐 아니라 양국의 중앙은행과 학계,언론매체 등 전방위적인 금융협력이 필요합니다. "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랑셴핑 교수는

홍콩 중문대 교수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금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대와 시카고대에서 교수를 역임한 그가 1990년 발표한 기업파산 연구논문은 그해 세계에서 발표된 금융재무학 논문 중 최고로 꼽혔다. 2003년 인명사전 'Who's Who in Economics'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2006년엔 월스트리트와이어에 의해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10대 경제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2005년 중국청년보가 실시한 경제학자 신뢰도 조사에서는 3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006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선정한 10대 화제인물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