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BP는 2000년대 초에 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통적인 사회기여활동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해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로 기업의 평판,브랜드부터 사업까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벌여온 노력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단순한 기업 이미지 개선 운동을 넘어 기업의 핵심 가치를 환경보호와 사회기여에도 둬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부금 지원과 자원봉사 활동,업계의 표준을 준수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갈수록 강해지는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데 충분치 않다. 기업의 가치창출까지 방해받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우위(CSA · corporate social advantage)는 기존의 일반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뛰어넘어 지속가능경영,기업의 상품 및 제공가치와 사회적 요구 간의 합치를 통해 얻게 되는 강력한 경쟁우위다.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사업모델과 실제 업무에 녹아 있어야 한다.

CSA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모범 기업들은 CSA 핵심 슬로건과 하부 주제,구체적인 활동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셰어드 플래닛(Shared Planet)'이란 슬로건 아래 윤리적 소싱(ethical sourcing)을 도입했다. 커피 재배자들과 고품질의 원두를 프리미엄 가격에 공급받는 장기 계약을 체결,원두재배 커뮤니티에 기여하면서 고객에게는 좋은 원료의 커피를 공급하고 있다. 둘째로는 재활용 컵 개발과 스타벅스 매장 내 에너지 사용량 25% 감축이란 목표를 추진하는 등 환경에 대한 기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5년까지 원료의 100%를 윤리적 소싱으로 조달한다는 목표를 수립하는 등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IBM 역시 '스마터 플래닛을 만든다(Building a Smarter Planet)'는 분명한 핵심 슬로건 아래 CSA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과 예술,문화에 대한 기여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뿐 아니라 공급망 상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고 제품 수명주기에 걸쳐 환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에게는 스마트 빌딩,스마트 그리드,스마트 유전(oil field) 등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에 부응하고 있다.

CSA를 새로운 시장 개척과 연계시킨 사례도 있다. 경쟁자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고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수익창출의 영역을 찾아내면서 사회에 기여한 예다. 닌텐도는 위핏(Wii Fit)으로 건강 관리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포착,새로운 시장영역을 개척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건강관리와 비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유니레버는 자사의 립톤(Lipton) 제품에 사용될 찻잎을 공급하는 인도의 농부들에게 라이프보이(Lifebuoy)란 비누를 나눠주면서 위생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시장에서 라이프보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2009년에는 라이프보이가 인도에서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립톤차의 원료를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의 비누사용 횟수도 10배까지 올려 개인위생 개선에 기여했다.

채수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