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과 이에따른 선진 주요국의 출구전략으로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면서 각 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계속해야 했다.
중국의 G2 부상과 글로벌 키플레이어들의 순위 다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혁명 한복판에서 IT산업은 물론 모든 산업계가 강한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한경닷컴>은 업계 대표 라이벌 기업들의 올 한해 경영성적표와 주가를 통해 산업계 전반의 변화 흐름을 짚어보고 내년 주가를 전망하는 송년 기획특집 [2010 주가로 본 라이벌 열전] 시리즈를 마련, 총 12회에 걸쳐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15.89% vs -4.94%'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010년 주가(12월 17일 기준) 성적표다. 2010년은 국내 최대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에겐 '최고'의 해였던 반면 경쟁업체인 LG전자에게는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삼성전자 주가가 90만원을 뚫고 오르는 등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염원인 100만원선 돌파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뒤늦은 스마트폰 대응 탓에 한때 주가가 9만원대 붕괴를 위협받기도 했다.
◆ 삼성전자, '꿈의 100만원' 돌파 "시간문제"
79만9000원으로 2009년을 마무리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들어 외국인들의 사자가 이어지면서 1월초부터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했다. 지난 1월 19일 85만원까지 오른 이후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서 2월 26일 73만3000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재차 상승세를 나타냈고,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4월 6일에는 87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4조41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북한 리스크와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73만원대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는2분기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는 D램이 기대 이상의 강세를 보인 덕에 1~2분기 최대 실적을 잇따라 경신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향후 D램과 LCD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전은 D램 가격이 급락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1월 2일 73만7000원을 찍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월 들어서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최고가를 93만7000원까지 올렸고 삼성전자의 이같은 강세가 코스피 지수 2000선 회복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에 이어 갤럭시탭으로 이어지고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에 대한 성공적 대응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가들의 시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중장기적 밸류에이션 재평가는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 "암울했던 LG전자, 빛이 보인다"
LG전자에게는 2010년이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해였다. 애플의 아이폰 이후 전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지만 LG전자는 적시에 스마트폰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고 주가도 부진했다.
이같은 주가 움직임은 연초부터 나타났다. 지난해말 12만1500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연일 미끄러지며 11만원선까지 내려갔다. 이후 LG전자가 조만간 스마트폰 제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대전에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 4월 28일 13만원까지 오르며 올해 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이에 지난 6월 30일 주가는 9만1400원까지 내려가며 9만원선 붕괴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LG전자는 시장의 예상보다도 더욱 악화된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2분기에는 휴대폰 사업이 119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탓에 전체 영업이익이 1262억원에 불과했다. LG전자 휴대폰 사업부문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은 4년만이었다. 이는 당시 낮아질대로 낮아진줄 알았던 증권업계의 영업이익 컨센서스 2100억원에도 크게 못미친 것이었다.
지난 9월 17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실적부진으로 사퇴하고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LG전자의 구원투수로 임명됐다. 사령탑이 교체됐지만 3분기 실적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LG전자는 3분기에 영업손실 1852억원으로, 4년만에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진 탓에 휴대폰 사업의 영업적자는 3038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부진에 LG전자 주가는 9만~10만원대 초반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4분기 들어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주가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원'이 단기간에 100만대 판매를 넘어서고 '옵티머스7' '옵티머스2X' 등 스마트폰 후속작들에 대한 호평이 나오면서 LG전자 주가는 지난달 16일 9만3200원에서 17일 장중 11만7000원까지 25% 이상 급등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경쟁에 동참하면서 휴대폰 사업부문의 실적이 점차 호전되고 있는 만큼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보급형 안드로이드폰의 성공 → 후속 프리미엄급 안드로이드폰의 안착 →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모토로라의 선례에서 보듯이 LG전자 주가도 내년 상반기에 적자폭이 줄어드는 속도와 비례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