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사회의 특성상 무형의 서비스 상품은 날로 늘고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상품에 대해 어떻게 스토리텔링해야 대중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까. 도대체 무선데이터라는 규정되지 않은 이미지를 어떻해 선점해 나갈 것인가.

스마트폰 세상을 열면서 KT가 구축한 와이파이망에 대한 이미지는 기존의 무선데이터의 영토를 가진 SK텔레콤에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이미지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KT는 제휴관계에 있는 업체들을 내세워 이른바 "여기도 올레 와이파이존"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순식간에 무선데이터 영토에 깃발을 꽂기 시작해 '올레 와이파이존'이라는 이미지로 가득 채우는 듯 했다.

SK텔레콤이 들고 나온 것은 '콸콸콸' 캠페인이다. 다소 무미건조하게 정보를 전했던 경쟁사와는 달리 이 캠페인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다양한 자극들을 활용했다. 먼저 친숙한 '살수차' 편은 동요를 배경음악으로 깐 채 스마트폰을 들고 '와이파이'라고 쓰여진 살수차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그렸다. 다름 아닌 1970~1980년대 마을에 들어온 소독차의 연기를 쫓아다니던 아이들의 모습을 차용한 것이다. 와이파이의 이미지를 옛 것이고 후진적인 것으로 위트있게 묘사한 후 "와이파이존 쫓아다니지 마라"는 멘트를 곁들였다.

반면 장동건이 안드로보이와 함께 걸어 나오는 대조적인 장면에선 시원스런 물줄기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콸콸콸'이라는 효과적인 의성어로 만들어진 광고음악(CM)이 흐른다. 마지막 한 마디는 "어디서나 콸콸콸".이 캠페인은 시각과 청각을 '콸콸콸'이라는 키워드로 동시에 공략하면서 시원스럽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게다가 와이파이가 선점하려던 공간적 개념을 '어디서나'라는 말 하나로 일축해 버렸다.


그런데 KT의 반격은 다시 'DO 시리즈'로 이어졌다. KT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세워 'T존(6000개) vs 와이파이존(3만개)'이라고 비교 광고에 나선다. '콸콸콸'이라는 말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감각화한 SK텔레콤의 광고는 경쟁사의 구체적인 수치로 인해 무색해질 수밖에 없게 된 것.SK텔레콤은 다시 '콸콸콸'의 이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각화한다. 바로 신민아가 출연한 '콸콸콸-6차선편'이다. 이 광고도 와이파이망이 가진 과거지향적이고 답답한 이미지를 보여준 후 시원스런 SK텔레콤의 인프라를 병치해 보여준다. 옛 가요(정종숙의 '달구지')가 구성지게 '덜거덕 덜거덕 삐그덕 삐그덕~'하고 흘러나오면 무제한 데이터라고 쓰여진 구형 버스가 좁은 길을 비틀비틀 지나간다.

신민아와 안드로보이는"덜거덕 삐그덕 불안한 무제한은 가라"는 카피와 함께 시원스럽게 뚫린 6차선 도로를 질주한다. 중요한 것은 6차선 도로가 음성과 데이터로 나뉘어진 전용도로라는 점.SK텔레콤은 경쟁사가 내세우는 '양'의 승부를 '질'의 승부로 환원시켰다.

이 회사의 '콸콸콸-6차선편'은 특유의 위트와 구체적인 시각화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KT의 수치 비교가 어딘지 딱딱하고 경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면 SK텔레콤은 향수 어린 장면들을 배치했다.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다시금 인기몰이에 성공한 신민아가 교통경찰관 복장을 한 채 스피드건을 들고 빠르게 지나가는 안드로보이를 보며 웃는 장면은 광고의 여유로움을 배가시킨다.

SK텔레콤의 '콸콸콸-6차선편'은 자사 서비스를 구체적이고 시각적으로 차별화하면서 대중들에게 감성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앞으로 무수히 벌어질 무형의 서비스 상품에 대한 이미지 전략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마련인 비교 광고에서 그것도 비(非) 가시적 상품을 가시하는 광고에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은 대중들을 공감시키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지 모른다. 모든 작금의 영상 콘텐츠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