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비지오는 200여명 남짓한 직원으로 미국 LCD TV 시장 1위에 올라 주목받는 성장기업이다. 지난해 600만대로 1위에 올랐고 올해는 700만대 이상 판매하며 삼성전자와 선두를 다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지오는 전자제품 매장이 아닌 코스트코 월마트 등 창고형 대형마트를 공략해 성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품질 좋은 중저가 TV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은 방법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 16일 찾은 LG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합작법인 라켄테크놀로지에서 궁금증이 풀렸다. LG디스플레이는 부품 생산부터 TV 조립까지 한 라인에서 처리하는 제조 혁신을 통해 비지오의 미국 TV 1위 신화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인건비 30% 낮춘 수직통합생산

쑤저우 북서쪽의 가오신공업구에 위치한 라켄은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암트란이 51 대 49의 지분으로 2008년 9월 설립했다. 올해 TV 생산 규모는 500만대로 비지오의 미국 TV 판매량 70%를 공급했다.

라켄은 TV 제조공장으로는 처음 광원(光源) 역할을 하는 백라이트와 화면 장치인 LCD모듈,여기에 기판과 케이스 등을 결합하는 TV 조립 전 과정을 한곳에 통합했다.

1층에서 백라이트를 생산해 올려보내면 2층에서 LCD 모듈을 만들어 결합하고 케이스까지 붙여 TV 완제품을 만드는 수직 통합생산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가림막으로 가려놓고 공개를 꺼린 2층의 한 라인은 통합 생산의 진수를 보여줬다. 76m 길이의 이 라인에서는 백라이트(B),LCD모듈(M),세트조립(S)은 물론 포장까지 모두 일괄 처리했다. TV 제조 공정을 한곳에 모았다는 의미에서 'BMS'라인으로 불렸다. 김병수 라켄 최고경영자(CEO)는 "BMS 라인에서는 TV 한 대 만드는 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4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칩,메인보드 등 부품 등을 통합해 공정을 줄이면서 인건비의 30% 이상,부품 비용도 32인치 TV 기준으로 10달러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켄은 LG전자,필립스에도 TV를 공급하고 있으며 주문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을 올해 1000만대에서 내년 130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 신설할 6개 TV 라인 모두에는 BMS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모니터 분야로도 사업을 확대,올해 150만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1000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올해 라켄은 지난해 대비 25% 가까이 증가한 26억달러의 매출을 달성,출범 2년 만에 쑤저우 공업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됐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34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새 성장동력 ODM

LG디스플레이는 시황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패널 사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조자 디자인 생산(ODM) 사업에 진출했다.

TV 제조사들의 주문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TV 수요를 만들어 안정적 성장을 달성하려는 목적에서다. 내부에서는 모듈(패널)+세트(TV)를 겸한다는 의미에서 'M+S' 전략이라고 부른다.

라켄에 이어 대만 TPV와 L&T란 합작법인을 만들고 중국 샤먼,후칭에 이어 폴란드에도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노트북,e북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ODM 사업을 총괄할 시스템솔루션사업부를 중국 샤먼에 설치했다. 권복 LG디스플레이 시스템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전체 시장의 20%대 비중인 TV 아웃소싱 시장이 새해에는 30~35%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쑤저우=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