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를 탈퇴한 이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거뒀습니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신규 사업 투자유치 약속도 받아냈습니다. "

지난 18일 오후 1시 경주 보문관광단지 엑스포문화센터.지난 6월 금속노조 자진 탈퇴로 화제를 모았던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강기봉 사장(51)과 임직원 및 가족,최양식 경주시장,이정우 경주상공회의소 회장,경주 시민 등 1000여명이 한데 모였다. 올해 발레오전장이 겪었던 극심한 노사분규와 조합원의 금속노조 탈퇴 과정,이후 회사의 변화상 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이례적인' 자리였다.

강 사장은 이날 행사와 관련,"주변에서 금속노조를 자극한다며 극구 만류했지만 금속노조 탈퇴 후에 찾아온 노사 평화가 얼마나 값진가를 임직원과 경주시민에게 알리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노조도 설명회 개최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발레오전장 조합원들이 금속노조를 자진 탈퇴한 후 눈에 띄게 달라진 회사의 모습을 실적지표로 설명했다. 올해 이 회사의 매출은 작년보다 1100억원 늘어난 4150억원.36%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는 창사 이래 최대인 180억원 이상 흑자를 예상했다.

강 사장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 연말 임직원 1인당 평균 600여만원의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 발레오 본사가 대규모 신규투자를 약속했다"는 깜짝 선물을 내놓았다.

금속노조의 연대파업 지원에 맞서 경주공장 철수 결정까지 내렸던 프랑스 발레오 본사가 경주공장에 StARS(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시동이 걸리고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장치)와 VAC(히터 환기 에어컨을 포함한 공조시스템),Park4U(레이더를 부착한 자동주차시스템) 등 전혀 새로운 내용의 전장시스템 신규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는 것.

강 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설명회장은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로 가득찼다. 일부 직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정확한 투자금액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신규 사업이 유치되면 발레오 경주공장은 5년 내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 자동차부품회사로 탈바꿈하게 될 겁니다. "

강 사장은 모든 공을 조합원에게 돌렸다. 6월 초 이 회사 조합원 절대 다수(97.5%)가 강경투쟁만 고집하는 이전 노조 집행부를 투표로 몰아낸 뒤 금속노조를 탈퇴하지 않았다면 이날의 기쁨은 맛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5만명의 금속노조가 조합원 600여명에 불과한 발레오전장을 찾아와 연대파업하는 것을 보고 솔직히 기가 질렸습니다. 집회 때마다 나를 모형으로 만들어 화형식까지 할 때는 가족들이 보지 않을까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 그는 2월 노조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철회하기까지 111일간을 "지옥과 같은 전쟁이었다"고 말했다. 순간 장내는 숙연해졌다. 일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혼자 외롭게 회사를 지켜온 강 사장을 비난하고 욕설 전화를 한 게 너무나 창피하고 후회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금속노조 탈퇴를 주도했던 정홍섭 노조위원장(47)은 "발레오전장 사태는 1년 내내 중앙-지부-지회의 3중교섭과 파업으로 반복되는 금속노조 산별교섭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나 자신도 경영자라면 이런 금속노조하에서는 절대로 경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발레오전장 사태 이후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광진상공도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이정우 경주상의회장은 "발레오전장의 노사화합은 새로운 선진 노사문화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