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함에 따라 6년여를 끌어온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시장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입찰 △블록세일(대량 매매) △경남·광주은행 분리 매각 △국민주 방식 매각 등 네 가지로 보고 있다.

◆재입찰-블록세일 갈림길

우선 거론되는 방안은 ‘당분간 상황을 봐가며 다시 우리금융을 시장에 내놓은 방식’이다.이 경우 민영화 작업은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정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블록세일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금융권에서는 민영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일단 우리금융 매각 지분의 덩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정부 보유 지분 56.7% 중 20∼30%만 남기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장외에서 대량으로 매수 희망자들에게 넘기는 식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 측도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블록세일로 바꾸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컨소시엄 측이 지난 13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우리금융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이 방안을 선택한다면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블록세일을 하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사모펀드들 중 일부가 지분을 살 수도 있다.시가 혹은 시가보다 낮은 값에 지분을 넘기기 때문에 매수는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이후 재입찰로 경영권 매각을 다시 시도할 경우 덩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 인수 후보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민영화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다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자회사 분리매각 가능성도

광주·경남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우리금융 자회사들을 분리 매각한 뒤 우리금융에 대한 재입찰을 실시할 수도 있다.광주·경남은행은 각각 인수의향을 밝힌 기관이 7곳과 5곳에 이르는 만큼 당국이 결정하면 매각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도 따로 매물로 나오기만 한다면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여러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아직까지 정부 내에서는 이들 자회사를 분리 매각할 경우 우리금융의 기업 가치가 낮아져 제값을 못 받기 때문에 한꺼번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재입찰 후 국민주 매각이나 수의계약도

정부가 우리금융 컨소시엄 측과 수의계약을 체결,경쟁 없이 독자 민영화를 인정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재입찰을 실시해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이 방식을 택하면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사되기는 하지만 특혜 의혹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KT나 포스코 민영화 때처럼 정부 지분을 국민주 형태로 시장에 분산 매각할 수도 있다.국민을 주인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비난 여론을 적게 들을 수 있는 대안이긴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역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명분에 어긋나는 게 고민이다.

이도 저도 되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자체가 무한정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자니 인수 주체가 마땅치 않고,받지 않고 팔자니 헐값에 매각했다며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외환은행 매각 결정을 내렸던 변양호 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투옥과 재판으로 고초를 겪은 후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는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일각에선 정권의 임기와 맞물려 앞으로 당분간 우리금융 민영화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은/강동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