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해 날린 돈을 회수할 수 있을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7일 한국증권이 리먼 유럽본사(LBIE)를 상대로 제기한 3526억원 규모의 원금 및 이자 지급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린다.

한국증권은 2006년 리먼 네덜란드법인(LBT)이 발행하고 지주사인 미국 리먼홀딩스가 지급보증한 신용연계채권(CLN)에 투자했다가 리먼이 파산함에 따라 큰 손실을 입었다. 한국증권은 CLN의 명목상 발행주체가 LBT이지만 이 회사는 서류상 회사(특수목적회사)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리먼 유럽본사와 서울지점이 발행한 것이라며 이를 상대로 원리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리먼 서울지점이 금호산업의 대우건설 인수에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우건설 주식(880만주)을 기초자산으로 3000억원의 CLN을 발행했다는 것이다.

설광호 한국증권 컴플라이언스센터장은 "LBT는 직원이 없고 실질적인 업무는 유럽본사에서 담당했다는 내용이 적힌 LBT의 파산보고서를 남부지법에 제출했다"며 "채권 변제의무가 유럽본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먼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양헌의 제강호 변호사는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회사법도 실제 발행인과 명목상 발행인을 구분해 놓지 않는다"며 "법이론에도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리먼 서울지점은 여전히 5000억원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제각기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설 센터장은 "증거가 충분해 승소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패소할 경우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 변호사도 "결과를 낙관하고 있지만 만약 지게 되면 서울지점도 파산절차를 밟아 변제율에 따라 채권자 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