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로 돌아온 강우석 감독 "스포츠 영화를 너무 깔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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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편의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 한국의 최고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에 영화 연출과 관련해 힘들었던 심경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강우석 감독은 '이끼' 이후 새 영화 ‘글러브’를 통해 충무로로 복귀했다. ‘이끼’ 당시 “다시는 영화 못할 거 같다”라고 고충을 토로한지 불과 6개월 만이다.
16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영화 ‘글러브’(Glove) 제작보고회에서 강 감독은 “‘이끼’ 만든 지 얼마 안됐는데 또 영화를 들고 왔다”면서 “전작을 너무 힘들게 찍어 만만하고 편한 영화 찍으러 갔다가 죽다 살아났다”라고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강 감독은 “1990년대에 ‘투갑스’나 ‘마누라 죽이기’, 2000년대 ‘공공의 적’, ‘실미도’만 해도 영화를 즐겼다. 현장이 놀이터였고, 시나리오에 없는 아이디어 하나를 꺼내는 게 즐거움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언제부터 영화가 부담스럽기 시작하고 특히 시작할 때 쯤 ‘내가 왜 이영화를 선택했나’ 고민하고 고독하고 힘들었다”면서 “절정이 바로 ‘이끼’였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찍다 죽는구나’, ‘앞으로 영화 못할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험한 영화 찍고 나니 신인 감독의 자세로 돌아가게 됐다는 강 감독은 “그래서 시작한 영화가 만만하게 잡은 ‘글러브’인데, 스포츠 영화를 너무 깔봤다‘면서 ”빠른 공을 잡는 신을 촬영하면서 ’이게 맞나‘, ’영화 힘들어서 못하겠다‘ 싶었다. 그러나 또 찍고 나니 다음 영화를 할 수 있을 마음이 생겼다. 두려움과 동시에 영화의 맛을 알아가는 거 같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말 공들여 찍었다는 강 감독은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찍은 영화다. 야구를 잘 아는 분들이 봤을 때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다면 야구 영화로도 접근할 수 있겠다 싶어서 촬영할 때 옆에 접근도 못할 정도로 찍었다”라면서 “처음에 강우석 스타일이 아니라는 의견 때문에 영화 찍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라 야구를 뛰어넘는 이야기인 만큼 보시는 관객들이 장르를 정해주시면 고맙겠다”라고 큰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영화 ‘글러브’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한 강우석 감독의 새 작품으로, 오는 2011년 1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