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보름 이상을 두통으로 시달리는 난치성 '만성매일두통(chronic daily headache)'의 한방치료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박성욱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인 '보완의학치료(Complementary Therapies in Medicine)'에 만성매일두통 환자 40명을 홍화약침으로 치료한 임상연구 결과를 최근 논문으로 발표했다.

전체 인구의 3~5%가 만성매일두통에 시달리는데 강동경희대병원 두통클리닉의 경우 찾아오는 환자의 80%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자주 오래도록 재발하는 두통 때문에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대부분의 만성매일두통은 일과성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이 오래도록 지속,변형돼 생긴다. 개인의 성격,스트레스,약물과용,고혈압 등이 그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통제 과다 복용이다. 두통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수록 진통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만성매일두통이 발병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진통제 사용을 중단하고 다른 방법으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두통발생 빈도가 줄어들도록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박성욱 교수팀은 만성매일두통을 호소하는 40명의 환자를 생리식염수로 치료하는 대조군과 홍화약침을 투여하는 실험군으로 나눠 양쪽 견정혈,풍지혈,태양혈 등 총 6곳에 약침을 놓았다. 1주일에 두 번씩 4주간 총 8회에 걸쳐 약침을 주고 두통으로 인한 삶의 질을 두통영향검사(HIT)로 평가한 결과 홍화약침 투여군은 HIT 점수가 64.6점에서 49.7점으로 떨어진 반면 생리식염수 투여군은 65.3점에서 57.4점으로 덜 내려가 홍화약침이 두통으로 인한 불편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통 없는 날의 비율을 평가한 결과 홍화약침 투여군은 치료 전 19.8%였다가 4주간의 치료로 31.5%로,치료 종료 2주 후엔 52.4%로 상승했다. 만성매일두통의 진단기준이 50% 이하여서 52.4%는 진단기준을 벗어날 정도로 증상이 개선된 치료성적이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면 식염수를 맞은 대조군은 두통 없는 날의 비율이 투여 전 17.4%에서 4주 치료 후 24.1%로,2주간 치료 중단 후 31.4%로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홍화약침 투여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박 교수는 "홍화씨는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어혈을 풀어주며 통증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오래 전부터 복부 및 생식기에서 발생한 종양,생리불순,생리통,타박상 등 통증질환에 널리 사용돼 왔다"며 "홍화씨 약침치료가 만성매일두통 환자의 진통제 복용을 중단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새로운 치료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