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의류업체인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공장에서 지난 주말 수만명의 현지인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폭력시위를 일으켜 충격을 주고 있다.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충돌로 사상자가 수백명이나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실정이고 보면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당장 이 나라에 진출해 있는 다른 140여곳의 국내 기업들이 향후 조업 차질과 노사관계에 대해 심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번 폭력시위는 근본적으로 방글라데시 정부의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만이 그 배경이라지만,시위가 영원무역에서 시작된 것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 회사는 1990년부터 현지에 진출한 우리 봉제업체의 대표격으로, 현재 방글라데시에만 17곳의 공장과 3만6000여명의 근로자를 두고 있어 그나라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도 현지의 외부 세력이 영원무역의 공장 7곳으로 쳐들어와 폭력시위를 부추겼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고 보면,이들이 의도적으로 이 회사를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이번 사태가 뜻하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의 수많은 섬유 · 봉제업체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은 나머지 저임금을 쫓아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방글라데시 등으로 대거 공장을 옮겨갔지만,이들 나라도 더 이상 노사분규의 무풍(無風)지대라고 할 수 없게 되면서 '저임금 리스크' 또한 급속히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 6월 중국 현지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파업사태에 직면했던 사례가 이 같은 저임금 국가의 노동시장도 일대 전환기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현지 진출업체들의 생산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저임금의 이점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도 동남아시아가 생산거점으로서 갖는 중요성은 다른 곳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현지 진출업체들이 우선적으로 노무관리 전략을 근본적으로 새로 짜 노사분규의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 또한 현지의 우리 중소업체들이 대기업과의 수직적 · 수평적 협업관계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