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분당 위기에 몰렸다. 간 나오토 총리를 중심으로 한 주류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에 대한 정치자금 의혹을 부각시키면서 오자와 그룹의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에선 최대 야당인 자민당과 '오자와를 제외한 민주당' 간 연립 정권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정계개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분위기다. 이 같은 정국 혼란은 엔고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에 허덕이는 일본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오자와파 탈당 가능성

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당집행부 회의를 열고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할 것을 촉구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자금관리단체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에 대해 오자와 전 간사장이 직접 국회에서 해명하라는 요구다.

이에 대해 오자와 전 간사장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그룹의 하라구치 가즈히로 전 총무상은 "간 총리가 20%대로 떨어진 지지율 회복을 위해 오자와 전 간사장을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며 "정권 교체를 진두지휘했던 수장의 목을 졸라서 지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오자와는 탈당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일 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등과 만나 "민주당에 애착이 있다. 자민당 정치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다음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결성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지난 6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국회의원 200명의 지지를 받은 오자와 전 간사장이 탈당하면 최소 60여명의 의원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일본 정당법에선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정당 교부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오자와 그룹이 연내 신당을 결성하면 막대한 운영 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

◆정계개편 신호탄?

민주당의 오자와 그룹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에선 민주당과 자민당 간 제휴도 모색되고 있다. 일본 내 보수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그룹 회장은 지난 7일 하토야마 전 총리, 8일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와 잇따라 만나 '민주 · 자민 대연립'을 제안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2008년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시절에도 자민당에 당시 야당인 민주당과의 대연립을 주문했다.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 정책조정회장은 "만약 오자와 그룹을 뺀 연립을 간 총리 그룹이 제안한다면 '탈(脫)오자와'의 민주당과 자민당이 연대하는 것이 실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탈당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당과 자민당의 대연립이 구체화할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과 간 총리는 또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마스조에 요이치 신당개혁 대표를 8일과 9일 잇따라 만나 정계 새판 짜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내년 봄의 일본 지방선거 전초전으로 주목된 12일의 이바라키현 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의석을 한 자리도 늘리지 못하고, 전체 65석 중 6석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야당인 자민당은 의석이 45석에서 33석으로 줄었지만 거물 의원들이 대거 은퇴한 가운데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