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 현장을 가다] 선익시스템, 4세대 OLED 장비 국산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오차 줄이려 2년간 밤샘연구
세계 두 번째…내년부터 양산
세계 두 번째…내년부터 양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LCD,LED를 대체할 신소재로 꼽힌다. 별도 광원(光原)이 없어도 스스로 빛을 내는 특성 때문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 조명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OLED를 제품화하는 필수설비인 증착(기판에 얇은 막을 입히는 공정)장비는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이 독차지해 왔다.
선익시스템(대표 박재규)은 이런 OLED 증착장비 시장에서 장비 국산화를 주도한 기업이다. 1990년 문을 연 이 회사는 2003년 말 2세대 OLED 증착장비를 개발,코오롱그룹 자회사인 네오뷰코오롱에 공급했다. 3.5세대 증착장비도 작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OLED 장비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가 난관에 부딪힌 것은 2008년.2세대와 3.5세대보다 기판 사이즈가 큰 4세대 OLED 증착장비 개발에 착수했지만 자금력이 달렸다. 선익시스템 관계자는 "개발비만 30억~40억원이 드는데 매출 300억원도 안 되는 회사가 맡기에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선익시스템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2008년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우수제조기술(ATC) 사업과제' 중 4세대 OLED 증착장비 개발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것.3년간 4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선익시스템은 양호식 차장 등 9명의 엔지니어로 팀을 꾸려 4세대 증착장비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개발팀을 이끈 양 차장은 "4세대 기판은 가로 730㎜×세로 920㎜로 2세대 기판에 비해 훨씬 커 증착 방식을 처음부터 다르게 설계해야 했다"며 "기판 크기는 4배 커졌을 뿐이지만 개발의 어려움은 40배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기판이 큰 탓에 마스크를 이용해 기판에 유기화합물질을 증착할 때 생기는 오차를 줄이는 것도 난제였다.
양 차장은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느다란 ±5㎛(마이크로미터)의 오차가 있어도 불량이 발생하는데 이를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년여에 걸친 밤샘작업 끝에 선익시스템은 지난 8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도키(Tokki)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최종 테스트만 거치면 양산할 수 있다"며 "2세대 장비 가격이 130억~150억원인 데 비해 4세대 가격은 400억~6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회사는 OLED 증착장비 누적 수주 건수로 전 세계 1위,유럽지역 OLED 증착장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중국 비저녹스,프랑스 마이크로OLED 등으로 올해 장비 수주액만 3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엔 LG화학에 증착장비를 공급했다. 박재규 대표는 "올해 25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는 데 이어 4세대 장비가 주력이 되는 2012년에는 1000억원,2015년엔 30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