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들은 웬만하면 클럽이나 볼을 바꾸지 않는다. 대회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올해 많은 선수가 장비를 바꿨다. 미국골프협회(USGA)나 미국PGA투어의 요구에 따라 바꾸기도 했고,자신의 필요에 의해 바꾼 일도 많았다. 미국 잡지 골프월드가 뽑은 '2010 골프 장비 핫 스토리'를 요약한다.

◆조강지처 버린 우즈 '사필귀정'

타이거 우즈는 메이저 14승 가운데 13승을 '스카티 카메론' 퍼터로 거뒀다. 그런데 지난 7월 브리티시오픈 때 그린이 생각보다 느리다고 판단해 볼 스피드를 더 낼 수 있는 나이키 '메소드 001' 모델(블레이드 타입)로 바꿨다. 그러나 첫날 67타에 이어 2~4라운드에서 73,73,72타를 치며 공동 23위로 추락했다. 3라운드 때 35개를 포함해 2~4라운드 퍼트수가 99개(라운드당 33개)에 달했다.

지난 6일 끝난 셰브론 월드챌린지에서는 반달모양(미드 말렛) 헤드의 L자형 '메소드 003'을 들고 나왔다. 모양만 다를 뿐 메소드 001과 차이가 거의 없는 제품이다. 결과는 연장전 끝의 역전패였다. 우즈의 1.5m 내 퍼트 성공률은 2008년 98.01%(1위),지난해 98.08%(2위)였지만 올해는 97.35%(23위)까지 떨어졌다.

◆4만5000원 중고 퍼터로 126억원 대박

미국PGA투어 '올해의 선수'로 뽑히며 최고의 해를 보낸 짐 퓨릭은 9월 도이체방크챔피언십을 앞두고 대회장 인근 할인골프숍을 얼쩡거리다 중고 '소피아' 퍼터를 발견했다. 힐(헤드 뒤끝) 쪽에 샤프트가 붙은 블레이드 퍼터였다. 가격은 39달러(약 4만5000원)에 불과했으나 수익률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부러워할 정도였다. 퓨릭은 그 퍼터로 투어챔피언십과 페덱스컵 우승을 차지하면서 1100만달러(126억원)를 손에 쥐었다. 28만2051배의 수익률을 낸 '대박'이었다.

◆여분의 드라이버…'준비된 우승'

헌터 메이한은 지난 3월 피닉스오픈 4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한 후 드라이버(핑 랩처 V2)의 헤드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메이한은 갤러리로 따라다니던 여자친구에게 트렁크에 있던 여분의 드라이버를 가져오라고 했다. 메이한은 3번홀(파5)부터 백업 드라이버로 샷을 날렸고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은 끝에 65타를 치며 우승컵을 안았다. 평소 준비를 잘 한 사람은 보답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KJ,세상에서 유일한 퍼트 폼

최경주는 시즌 중반 퍼트가 뜻대로 되지 않자 기발한 생각을 했다. 홀을 정면으로 바라본 채 볼을 굴리는 독특한 폼을 택한 것.한때 샘 스니드가 취했던 '사이드 새들' 방식이었다. 폼을 바꾸면서 퍼터도 삼각형 헤드로 교체했다. 최경주가 그 퍼터를 들고 출전한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연일 화제였다.

◆'새 그루브 룰' 최대 이슈

USGA는 올해부터 공식 대회에서 클럽 페이스에 파인 그루브(groove · 홈)의 단면이 스퀘어나 일부 유(U)자형으로 된 아이언 · 웨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러프에서도 스핀을 많이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선수들은 새 규정에 맞는 클럽을 들고 나왔으나 1990년 4월 이전에 만들어진 '핑 아이2' 아이언과 웨지는 괜찮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래서 필 미켈슨은 구형 핑 제품을 썼고,일부 선수는 그것이 '속임수'라며 반발했다. 결국 핑 USGA 미PGA투어가 구형 핑 제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그루브 게이트'라 할 만큼 연초 골프계의 핫 이슈였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