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9일 한국의 외화표시 채권 등급을 'A/A-1'로, 원화 표시 채권 등급을 'A+/A-1'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S&P는 한국정부 신용등급에 대한 '안정적' 전망은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S&P는 "전제가 빗나가거나 북한의 정권 승계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향후 시나리오 전개에 따라 한 단계(notch) 이상의 등급 하향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P는 반면 남북한 관계로 인한 재정리스크 혹은 군사적 리스크가 감소되고, 한국 정부의 기타 신용 관련 요소들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4.7%로 예상되고, 정부의 재정 수지는 GDP 대비 평균 1.4%의 흑자를 기록하여 2012년 말에는 순채무 금액이 GDP 대비 15%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는 A등급 정부들에 대한 S&P의 예측치 중간값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견실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 통화 당국은 올해 말까지 290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되는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보유한 외환보유고에 국내 기관들의 해외 여신까지 합친다면 국내 거주자들이 보유한 해외 채무 전액을 상환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S&P는 한국이 당면한 우발적 채무 및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의 신용 펀더멘털에 가장 취약한 요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은행 시스템이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고, 북한 정권이 몰락할 경우 불확실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통일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S&P는 한반도의 무력 충돌 위험에 대한 국민들의 증폭된 우려로 인해 한국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은 일시적인 불안정을 겪고 있다면서 지난 2~3년간 북한의 정권 교체 가능성과 관련된 리스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켜왔다고 지적했다. S&P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또 다른 취약점은 은행권의 단기 외채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점이라며, 단기 외채는 국내외에 심각한 부정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해외 채권자들에 의해 갑자기 인출될 수 있어 한국 금융 시스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