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부담스럽고,연말 자금 수요가 많으며,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내년으로 옮겨갔다. 경제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가 잠재성장률(4%대 추정)만큼은 성장하고 물가 오름폭도 꽤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기준금리는 연 3.25~3.5%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3%대 물가 예상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엔 4.5%를 제시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을 것으로 한은은 예상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상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초중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10일 발표된다.

한은 집행부는 4%대 중반의 성장률과 3%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 2.5%의 기준금리'는 적절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의 한 간부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선은 3%"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를 웃돈다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 역시 "한은의 첫 번째 목표는 물가 안정이며 경기 회복에 따라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연3.0~3.5% 수준까지 올릴 것"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 국내외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정도 높여 연 3.5%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다만 "내년 경제 성장률이 상반기엔 낮고 하반기에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하반기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3.25~3.5%로 제시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성장률을 4.3%로 보고 있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잡고 있다"며 "한은이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경기 중립적인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준금리 인상폭이 이보다는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경제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올해보다는 둔화될 것"이라며 "국내외 변수가 많은 만큼 두세 차례 인상을 단행해 연 3.0~3.25%수준으로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들도 대체로 연 3.0~3.5%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물가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환율 하락을 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환율이 10% 하락하면 소비자물가가 1.8% 낮아진다고 언급했다"며 "한은이 향후 성장모멘텀 약화와 물가를 고려해 내년 하반기까지 금리를 낮게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가격 등 변수

한은 기준금리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실물경기의 성장 속도와 물가,북한 리스크,유럽의 재정위기,미국의 양적완화 효과,중국의 긴축 폭과 속도 등이 꼽힌다.

일각에선 부동산 값이 내년에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최근 수도권에서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내년 중 부동산가격이 다시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이다.

김 총재는 이와 관련,"최근 수도권에서 주택 거래가 늘고는 있지만 과거에 비해 적은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자산가격의 급등 여부 등을 유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